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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발리우드에도 공포영화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정형화된 틀을 깬 <호러 스토리>

인도의 여름은 길다. 이 나라의 혹독한 더위를 겪다보면 서늘한 극장 안에서 공포영화를 보고 싶다는 갈증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런데 발리우드에도 공포영화가 있었던가? 정답부터 말하자면, ‘있다’. 대부분의 관객이 액션과 로맨틱코미디에 열광하는 발리우드이나, 공포영화도 그 명맥을 차분히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인도에서 극장 개봉한 공포영화는 모두 5편이다.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루크 케니 제작/감독/주연으로 야생 사진작가가 괴물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다룬 <라이즈 오브 더 좀비>는 비록 제한적인 상영관을 확보하는 데 그쳤으나 발리우드 최초의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무쿨 샤르마의 단편소설 <뫼비우스 트립>이 원작인 <엑 티 다얀>은 마녀와 흑마술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린 작품으로 엠란 하쉬미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비크람 바트 각본, 아유쉬 라이나 감독의 <호러 스토리>는 버려진 호텔을 찾은 일곱명의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참극으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는데 무엇보다 발리우드 공포영화의 정형화된 특징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발리우드산 공포영화에는 다른 나라의 작품들과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 발리우드 액션, 로맨틱 코미디영화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캐스팅과 영화음악의 시너지 효과가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 최초의 공포영화인 <마할>(1949)부터 1962년의 빅 히트작 <비 살 바드>, 인도 공포영화 역사상 가장 화려한 캐스팅으로 손꼽히는 <자니 두쉬만>(1979)까지, 인도 관객에게 널리 사랑받았던 공포영화의 개성이 그랬다. 80년대 이후 람세이 브러더스의 작품을 필두로 저예산 공포영화들이 쏟아졌으나 이러한 양적 성장이 발리우드산 공포영화의 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올해의 개봉작 <호러 스토리>는 공포 자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90분이라는 절제된 시간(발리우드영화의 러닝타임은 3시간이 기본이다) 동안 이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과 음산한 사운드를 통해 관객을 사로잡는다. 춤과 노래, 화려한 캐스팅을 배제한 이 영화만을 통해 발리우드 공포영화의 정체성과 경쟁력에 대해 얘기할 순 없다. 하지만 변방의 장르로서 양적인 전성기를 지난 발리우드 공포영화가 형식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들만의 호러 코드를 찾아가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