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의 절창(<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처럼 미안하다는 말이 정말 제일 어려운 말이 되어가고 있다. 그녀에겐. 어쩌려고 이러실까. 그저 사실을 인정하고 수사 방해를 하지 말고 결과를 존중하면 되는 것을. 국면마다 긴 말도 필요 없다. ‘지켜보겠다’, ‘최선을 다해달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세 문장이면 된다. 헌법을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 아닌가. 그런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으로 만들어버렸다.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서 퍼뜨린 말들은 너무 저열해 ‘연민’까지 들 정도다. 전/현 직원들이 전하는 바, 나중에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 일을 할 때는 몰랐다지 않나. 국가에 복무하고자 했던(혹은 안정적인 봉급 받을 작정이었던) 멀쩡한 엘리트들(혹은 생활인들)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도 있는 게 국정원이다. 그런 국정원을 ‘애용’하는 이들은, 검찰 총장을 찍어낼 때부터 짐작했지만 정말 뻔뻔하고 무서운 사람들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을 수사하던 검찰 수사팀장이 직무에서 배제되고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방해와 외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기는커녕 해명도 않고 오히려 감찰이라며 수사팀에 대한 탄압에 들어갔다. 이들이 다음에 택할 게 무엇일까. 그나마 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웠던 인터넷과 트위터조차 조직적으로 오염시켰는데, 하다하다 안되면 여론 왜곡이 아니라 아예 차단을 하지는 않을까. 지상파 방송 뉴스들이 ‘블록’ 걸린 채 망가진 꼴을 보니 터무니없는 우려는 아니다.
이런 상태로 과연 다음 정권은 제대로 탄생할 수 있으려나. 녹아내리는 것은 사고난 원전만이 아니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의 처참한 붕괴를 목도하면서 엘튼 존의 후렴구를 목놓아 부른다. 상황이 점점 더 어처구니가 없어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