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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순환구조 <응징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폭력의 순환구조에 대해 말하려는 영화의 의도는 짐작된다. 하지만 캐릭터의 구축과 액션 미학 두 가지 다 애매해져버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명방식도 느슨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지점은 절박함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내용상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정도로 관객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2000년대 한국 스릴러는 악한이 어떤 인물인지, 악행이 무엇인지 충분히 보여주었다. <응징자>는 조금 늦게 도착한 편지 같다. 유년의 상처와 학교 폭력이 어떻게 인간을 망가뜨리는지 살펴보려는 주제는 이해된다. 그런데 가해자 캐릭터에 더 많은 공을 들였으면 어떨까 싶다. 가해자는 물론 그를 둘러싼 모든 인물이 상투적이다. 돈을 좇는 인간 군상과 돈에 지배되는 사회구조를 비판하고 있지만 표피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 인물이든 사회든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보다 철저하고 처절한 응징을 고안했어야 할 것 같다.

남자 고등학교에는 서열이 있고, 그에 따라 갖고 노는 자와 놀림을 당하는 자가 생겨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준석(주상욱)은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웬만한 시비를 모른 척 넘기며 조용히 지내려 한다. 정반대 인물인 창식(양동근)은 학교에서 서열 최상위의 권력자다. “사람 가지고 노는 맛”을 알고 있는 창식에게 준석은 매우 쉬운 먹잇감일 뿐이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우연히 준석과 창식이 조우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응징은 시작되는데 정작 문제의 장본인인 창식은 자신의 악행에 대해 제대로 기억을 못하고 있다. 세월의 공백만큼 기억은 무뎌졌고 창식의 입장에서는 예측불허의 가해가 시작된 것이다. 폭력의 순환구조는 고리를 끊기 어려운 법이라 창식 역시 또다시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용서나 화해 따위의 단어는 폐기한 지 오래된 준석은 창식의 대응을 반기며 준비한 계획을 하나씩 실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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