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는 축제가 많다. 축제마다 환경 관련 부스도 한 자리씩 한다. 그러나 그 옆에서 종이컵이 차고 넘친다. 정말 마구 쓰고 마구 버린다. ‘환경’을 주제로 내건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전거 발전기를 돌린 아이에게 상으로 주는 음료조차 종이컵에 담겨 건네진다. ‘행사 취지’에 맞게 개인 컵을 가져오면 1+1로 준다거나 듬뿍 준다거나 하면 안되나. 드라마를 볼 때에도 등장인물들이 (협찬 받은) 커피전문점에서 만날 때마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게 아쉽다. 드라마 작가들은 남다른 촉을 갖고 있을 텐데 대중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고려해 조금만 더 ‘레이더’를 세워줬으면 좋겠다(듣고 있나. 홍 자매). 텀블러 들고 활보하는 당신은 ‘얼번 스똬일’의 멋쟁이, 혹은 귀신… 같은 묻어가는 메시지.
‘재산권’만 유일하던 시대를 거쳐 ‘인권’의 문턱에 닿은 나라이지만 명목상 ‘환경권’은 나름 ‘빠지진’ 않는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엔인간환경선언이 채택된 뒤 우리나라도 1980년 헌법에 이를 기본권으로 포함시켰다. 나쁜 환경에서 고통받지 않는 소극적인 권리를 넘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이를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를 담았다. 도시에서 쓰는 대규모 전력 수송을 위해 대대로 살아온 집과 농토를 내어줄 수 없다는 생존권적 방어, 부자 동네에서는 땅 아래 깔리는 전선이 내 동네에서는 코 위를 가르는 불평등 해소 요구도 당연한 헌법적 권리이다. 밀양 할매들의 사투를 보도하는 언론은 부디 이 점을 새겨줬으면 좋겠다(듣고 있나. 손 앵커). 그나마 다뤄주는 방송 뉴스가… 손 하나 꼽히네.
신고리 원전 3, 4호기가 부품불량으로 준공이 늦춰진단다. 밀양 송전탑 강행 명분이 없다. “원전보다 송전선 시설이 미리 설치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주장하는 관료들과 한전 관계자들께서는 자신의 ‘상식’을 점검해보길 바란다. 불량상식도 교체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