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분노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입니다>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특급호텔에서 10년간 일한(그전에는 뉴올리언스에서 일했다) 경력의 제이콥 톰스키가 쓴 접객산업 경험기다. 2012년 11월에 아마존이 선정한 이달의 논픽션으로 꼽혔고 방송출연을 하며 유명세를 탔다. 뉴올리언스에서 주차요원으로 경력을 시작해 호텔의 거의 모든 구석에서 일해본 경력이 있는 그가 호텔산업에 대한 폭로 보고서를 쓴 셈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그가 객실 지배인으로 일하며 알게 된 것들을 열거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적인 장면이니까. 왜 사람들은 호텔로 가는가. 청혼하고, 결혼하고, 임신하고, 마흔을 넘기고, 이혼하고, 마약을 흡입하고, 사람을 죽이고, 죽는다. 그러니 호텔 문 뒤는 언제나 활활 불타고 있다. 편안한 집과는 다른 생활이 그곳에 있다. 이국적이며 방탕하며 상쾌하게 세탁되어 있는 삶. 탐험에 가깝고, 제대로 옷을 입지 않으며, 상상력이 풍부하고 두려움을 안기는 삶. 그리고 톰스키는 이 일을 하면서 새로운 성벽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문 너머에서 섹스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을 때 멈추어 귀를 세우게 되더라는 것. 그런데 대개의 경우는 TV에서 나는 소리거나 TV를 보면서 사람들이 내는 소리라고 덧붙인다. 유명 인사들과의 만남도 있다. 처음엔 대단한 비밀이 폭로될 것처럼 운을 떼놓고 막상 읽어보니 별것 아니더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절대 건드려서는 안될 것 1순위인 미니바에 대한 언급도 있다. 톰스키는 미니바에 든 물품에 대해 결코 돈을 치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미니바 요금을 적용하는 과정이 지독할 정도로 부정확하단다. 미니바 담당 직원은 무엇을 다시 채워넣어야 하는지 알기 위해(더이상 거기 없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뒤엉킨 병과 과자 봉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없는 것을 확인해 펜으로 체크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은 실수가 일어날 여지가 매우 큰데 손님이 “난 이것들을 절대로 먹지 않았어요”라고 강하게 어필하면 거의 항상 성공한다. 톰스키의 말에 따르면 심지어 직원들이 미니바에 손을 대는 일도 있다. 나아가 이 책에서 가장 효율적인 미니바 싹쓸이 비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반짝이는 호텔 방의 비밀도 말해준다. 거울은 무엇으로 깨끗하게 닦을까? 가구용 광택제를 사용한다. 일부 청소부들은 유리잔에도 가구용 광택제를 사용한다. 유리잔을 깨끗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일이 그들의 할 일이니까.
이 책은 사실 대체로 지루한 편이다. 그것은 내가 숱하게 여행을 다니며 숱한 호텔과 호스텔을 전전해봤고, 무엇보다 야간근무조의 호텔리어처럼 매주 하루씩은 입에서 시든 꽃 냄새가 날 때까지 새벽까지 마감을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사람들, 이런 경험들, 나아가 더 심한 경우들을 얼마든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반짝이는 것 이면에는 온통 이런 녹슨 것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