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용도에 맞는 설탕을 선택하세요.” 어떤 광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홍차/쥬스음료에 레몬슈가, 꿀과 조청대체에 골든시럽. 어린아이 일곱이 커피슈가, 티슈가, 각설탕부터 간식용인 강정당까지 손에 쥐고 웃는 중이다. “아직도 부정외래품을 사용하세요?” 이렇게 시작하는 광고도 있다. 커픽스라는 인스턴트크림파우더(크리마라는 상표로 더 익숙한 그것)와 버터 광고다. 설탕과 소금, 흰쌀, MSG 등 ‘하얀 것’을 식탁에서 추방해야 건강하다는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다. <칠십년대 잡지광고>는 과거에 쿨했던 물건들의 전성기를 담고 있다. “온 가족이 애용하는 쌍방울표 메리야스” 같은 것 말이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인지라 분유회사는 “전국최우량아 탄생”을 축하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650쪽을 넘기는 이 묵직한 책에는 “읍니다”와 같은 옛 맞춤법도 있고, 한국 최초의 ‘인디비듀얼 패킹’을 자랑하는 데이트 아이스크림의 추억도 녹아 있다. 햇볕에 타지 않기 위해 선블록을 바르라고 열심히 광고하는 지금과 달리 70년대에는 햇볕에 타면 바르라며 각종 연고들이 인기였다. 헬스클럽 광고는 이렇게 소비자를 유혹한다. “아늑한 분위기와 편리한 부대시설을 갖춘 여인의 집.” 주택복권 1등 당첨금액은 무려 800만원이다. 때로는 뭐가 어떻게 좋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이미지를 파는 21세기의 광고와 달리 70년대의 광고는 효과를 직접적으로 전시하기에 바쁘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냉장고를 광고하려면 그 안에 들어갈 물건들을 모두 들고 웃는 여배우가 등장하고, 모든 광고에는 이 물건의 효능을 적은 문구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광고모델은 지금이나 그때나 인기배우들의 전유물인데, 몸매를 드러내는 수영복 차림의 광고를 보면 요즘의 아이돌 소녀들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살집이 있고 볼륨감도 덜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 시대가 달라지고 문화가 달라졌다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불멸을 꿈꾸는 예술작품들이 시대를 담으면서도 과거에도 미래에도 통용될 주제를 품는 것과 달리 광고는 과거와 대차게 결별을 선언하고 미래의 일원임을 자처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상품이 없지는 않지만 태반이 ‘신제품’이라는 카피를 애용한다. 지나간 시대의 광고를 보고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서] 옛날 광고를 봤다
글
이다혜
2013-10-24
<칠십년대 잡지광고> 프로파간다 편집부 지음 / 프로파간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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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옛날 광고를 봤다 <칠십년대 잡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