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내년에 국비 25억원과 시비 15억원을 합쳐 총 4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영화학교를 설립한다. 그런데 25억원...
부산시가 내년에 아시아영화학교(가칭)를 설립한다. 아시아영화학교(AFA)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여러 국가의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 지난 9년간 운영해온 단기 교육 프로그램이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의 영화학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플라이 프로젝트(FLY)를 아시아영화학교와 함께 상설 교육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게 부산시의 취지다.
매년 AFA와 FLY를 각각 1회씩 운영하고, 두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는 기간에는 지역민들을 위한 영화 교육 캠프를 마련할 거라고 한다. 국비 25억원과 시비 15억원을 합쳐 총 40억원을 투입해 부산 금정구 금사동에 있는 동일고무벨트의 계열사 동일파텍 소유의 부속 건물과 건설안전시험사업소 사택을 리모델링해 영화학교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있다. 동일고무벨트는 부산 금정구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다. 부산시는 이곳의 건물 활용을 동일파텍에 요청해 동의를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는 지난 8월 시 자체 사업인 2014년 투/융자 심사대상사업에 사업계획안을 제출했다. 기재부는 애초의 신청 예산인 35억원에서 10억원을 삭감한 25억원을 내년도 영화발전기금에 편성하며 예비심사를 완료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박병우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기재부가 바라보는 시각은 문화부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기재부는 이 사업을 영화계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업으로 바라보고 영화발전기금에 편성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월 현재, 아시아영화학교 설립 사업은 국회 승인만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영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부산시의 계획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기재부가 편성한 25억원이라는 예산을 영화발전기금(참고로 기금 모금은 2014년 12월31일 종료된다)에서 충당해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곧 부산으로 이전하고, 영화 진흥을 위한 각종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25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영화발전기금에서 빼내 써야 할 만큼 아시아영화학교 설립이 시급한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영화인은 “사업의 내용과 취지가 문제없다고 하더라도 지역구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발의로 영화발전기금이 사실상 지역구 사업에 쓰이게끔 추진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는 아시아영화학교 설립이 특정 지역 사업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부산시 영상문화산업과 영상산업담당 김유진 계장은 “이게 단순한 부산시의 사업이라기보다 아시아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사업인 만큼 진정성을 봐줬으면 좋겠다. 부산시가 영화인들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세연 의원실의 심중선 보좌관은 “영화발전기금에서 빼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영화인들이 예산을 일반 회계에 반영되는 방향으로 논의해 국회 심의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박병우 과장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작 영진위가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AFA 설립 문제를 통해 영화발전기금으로 진행해야 할 사업과 일반 회계의 지원을 받아야 할 사업을 정확하게 구분해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일처럼 정치권이나 지자체의 입김에 의해 영진위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충분한 검토는 물론이고, 재원 확보 방안 등에 도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