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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인의 유러피언 드림 <벤다 빌릴리!>

2004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의 도시음악을 취재하러 간 르노드 바렛과 플로렝 드 라 툴라예는 거리의 삶을 노래하는 무명의 거장들을 만난다.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4명의 버스킹 밴드 ‘스태프 벤다 빌릴리’의 놀라운 재능과 한없는 긍정에 매료된 이들은 자비로 그들의 음반을 내기로 한다. 여기에 사통게(Satonge)라는 폐깡통으로 만든 한줄 기타를 연주하는 천재소년 로제가 합류하여 팀이 결성된다. 하지만 녹음 기간 중 숙소에 불이 나 녹음은 불발됐고, 이윽고 5년 뒤에야 이들은 동물원 야외에서 녹음한 음반을 들고 공연과 투어를 위해 유럽으로 떠나게 된다.

<벤다 빌릴리!>는 기타, 퍼커션, 트럼펫 등으로 구성된 콩고 버스킹 밴드의 성공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동시에 킨샤사라는 도시의 생존 조건을 배경으로 한 도시음악영화이기도 하다. 제목은 ‘저 너머를 보라!’는 의미의 콩고어 밴드명에서 따왔다. 무전취식, 소매치기, 싸움과 폭행이 횡행하는 수도 킨샤사에서 하루하루의 삶은 전쟁과도 같다. 담배 노점상 파파 릭키는 거리 아이들의 대장과도 같은 존재이자 밴드를 이끄는 리더다. 릭키는 거리서 먹고 자는 아이들을 향해 낙관과 희망을 담아 노래한다. 비록 지금은 골판지를 깔고 자더라도 행운은 찾아올 것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한다. 콩고 전통음악에 레게, 알앤비, 룸바 등이 뒤섞인 보편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음악은 그들이 사투해온 생에 대한 건강한 비전의 결과다. <벤다 빌릴리!>는 유럽 카메라가 발견한 비유럽 도시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한 유형이다. 발견의 시선은 콩고인의 유러피언 드림과 만나고, 잔혹한 생존의 거리에서 시작된 영화는 풍요로운 유럽의 눈 오는 거리에서 끝난다. 음악은 흥겹고 노래는 감동적이지만 이 여정은 난생처음 패딩 입은 아프리카인들처럼 어딘가 조금 어정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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