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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 김금화의 삶 <비단꽃길>
김보연 2013-10-16

한국을 대표하는 무당이자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만신 김금화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비단꽃길>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는 전통 무속 신앙이자 종합예술로서의 굿의 가치에 대한 것이며, 또 하나는 ‘인간 김금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김금화 만신을 길게 인터뷰하며 그 사이에 프랑스에서 열렸던 ‘굿 공연’을 틈틈이 보여준다. 이때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방울을 흔들며 굿을 하는 모습도 흥미롭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평소 보기 어려웠던 김금화 만신의 인간적인 모습들이다. “하늘과 땅의 매개자이자 중개자, 그렇게 끔찍한 것이 무당이오.” 십대 시절부터 한평생을 무당으로 살아온 김금화 만신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끔찍하다고 말한 것도 이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이웃에게 벌어질 나쁜 일을 얘기해주다 친구를 잃었으며, 한국전쟁 시기 인민군에게 핍박받고 그 뒤 빨갱이라고 괴롭힘을 당한 뒤, 새마을운동 시기에는 다시 미신 타파라는 명분하에 박해를 받은 김금화 만신의 삶은 소박한 인터뷰만으로도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굿의 달라진 위상까지 공들여 보여주려 한다. 프랑스의 풍경을 길게 보여주는 것이나 굿이 종합예술임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그러다 보니 서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영화의 흐름이 자주 끊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뒤늦게 서갑숙의 내레이션으로 흩어진 이야기들을 다시 모으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인간 김금화의 삶과 예술 장르로서의 굿에 대한 이야기 중 하나에만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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