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사라졌다. 공중파와 케이블에 여전히 뉴스프로그램은 있지만, 뉴스프로그램이 뉴스를 포기한 지는 오래되었다. 5년 넘게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자기 정체성을 점진적으로 포기해온 뉴스프로그램은 이제 정체성 전면 포기의 단계로 접어든 듯 보인다. ‘뉴스답지 않은 뉴스를 꺼버릴 시청자 권리’에 민감한 ‘까칠 시민’인 나 같은 시청자가 만족할 만한 공중파 뉴스프로그램은 이제 없다.
이 불우한 뉴스 상실의 시대에 손석희 앵커가 돌아왔다. 돌아오긴 했는데, 종편이다. 종편이긴 해도 출발이 좋다. 삼성자본으로 만들어지는 방송이 과연 우리 사회의 총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 의심했으나, 진실보도에 대한 최소한의 감각조차 망각한 공중파 뉴스프로그램에 비교하면 탁월한 ‘손석희호’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국가정보원 직원의 허위진술 보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재해노동자들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비로소 뉴스다운 뉴스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잠깐! 멈추어 반문한다. 응당 다루어져야 하는 진실의 일각만 다루어도 어느 새 이처럼 감동하게 되었구나. 이런 반응이야말로 지금의 언론 환경이 어느 지경까지 추락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겠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 이렇게 쓴다.
이 불우한 언론 황폐의 시대에 노종면 기자가 돌아왔다. ‘이명박 정부의 해직 언론인 1호’인 노종면 전 YTN 기자이자 앵커의 방송 귀환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손석희 앵커가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초호화 저녁 뉴스데스크를 이끌고 있다면, 노종면 기자는 시민이 만든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에서 아침 뉴스데스크를 이끌고 있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동안 방송되는 시사 라디오프로그램 <노종면의 뉴스바>가 그것. ‘뉴스 바리케이드’의 줄임말을 제목으로 내건 이 프로그램은 언론이 권력에 장악된 시대, 언론다운 언론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로 올곧게 충일하다.
올해 초 누군가 YTN 노종면 기자는 이미 복직하지 않았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해직된 지 5년째를 맞고 있는 시점이니, 그만한 세월이면 복직했으리라 생각할 만도 하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해직 언론인 신분이다. YTN이 뉴스채널로서의 품격을 갖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돌발영상>을 만든 주역이었던 그가 회사에서 해고당한 건 ‘MB 특보’ 출신인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때 YTN에서 해직당한 기자들이 지금껏 야전을 떠도는 사이, YTN은 틀어놓기 민망한 수준의 뉴스채널로 전락 중이다.
언론 황무지 시절이긴 하지만 손석희 앵커와 노종면 기자의 귀환으로 아침과 저녁에 함께할만한 뉴스프로그램을 갖게 되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만약 두 방송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노종면의 뉴스바>를 청취하겠다. 왜냐고? 언론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권력과 싸우고 있는 언론인의 진정성, 당대 사회의 총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개방성과 소통 노력이 가장 탁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