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영화 마니아가 있다. 그들은 어떤 사람 눈에는 4차원이거나 별종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사람 눈에는 악당이거나 비정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호러영화를 좋아한다면, 멜로드라마나 사극, 혹은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 아니면 SF나 필름누아르, 혹은 갱스터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저급한 취향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나 호러영화야말로 장르영화가 가진 반복과 일탈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적합한 장르다. 그래서 호러영화는 열혈 마니아 장르가 되었다. 장르 규칙의 반복과 위반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서 환호하고 경탄하는 영화보기의 방식, 이것이 호러 마니아들이 향유하는 즐거움이다.
마니아만의 것이었던 호러영화를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에 정신분석학이 영화비평에 유입되면서부터고, 장르가 동시대 대중과 호흡하며 시대의 취향과 욕망,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을 읽어내는 데 적절한 것임을 보여주는 뚜렷한 지표로서 호러영화는 활용되어왔다. 호러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안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새롭게 정착한 사회적, 과학적, 철학적 사고로 이루어진 거대한 서사에 대한 반응물이다. 말하자면 현대사회의 억압이 괴물의 몸으로 육화된 것이다.
최근 출간된 <호러영화>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기획한 장르영화백서의 첫 결과물이다. 책은 120년의 영화역사에서 한획을 그은 100편의 호러영화를 선정, 믿을 만한 필자들이 비평한 호러 비평서다. 무성영화 걸작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뱀파이어영화의 격을 높인 사회비판 심리호러 <렛미인>까지, 신나게 웃기는 코미디호러에서 우아하고 격정적인 멜로호러까지, 황당한 컬트에서 화려한 대작까지 호러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뱀파이어, 좀비, 늑대인간, 외계인, 귀신, 연쇄살인마 등 다양한 괴물들의 수렴과 변주를 확인하는 재미가 풍부한 데다, 양념으로 삽입된 칼럼과 배우 심은경, 소설가 김종일•이종호, 감독 임필성•신정원의 인터뷰는 많은 새로운 정보를 전해준다. 무서움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호러영화를 찾아다니는 이유가 명쾌해진 것은 이 책이 전해주는 큰 성과다. 감정의 극단을 통해 경험하는 카타르시스를 동반한 즐거움, 그 재미를 한번 만끽해보시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