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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신상담하며 절차탁마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3-10-08

정연식 원작, 연출의 <더 파이브>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더 파이브>의 은아와 정연식 감독은 닮았다. 오랜 기간 와신상담한 끝에 목적을 이루고야 마는 은아처럼 감독도 영화를 시작한 지 십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드디어 늦깎이 입봉을 앞두고 있다. 감독은 사기로 큰돈을 잃고 상경해 고생 끝에 CF감독으로 데뷔했으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한동안 생활고를 겪었다.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공모전을 통해 신문에 만화를 연재할 기회를 얻게 됐다. 만화를 그려 생활이 좀 나아지자 처음의 꿈이던 영화가 하고 싶어졌고, 직접 쓴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를 전전했지만 그 와중에 세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시기에 구상한 작품이 연쇄살인마에게 가족을 잃은 은아의 복수를 그린 <더 파이브>다. 감독의 심정은 나락으로 떨어진 은아의 마음과도 같았다.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긴 어렵겠다고 판단한 감독은 <더 파이브>를 웹툰으로 그렸다. 웹툰은 유명세를 얻었고 감독은 마침내 자신의 영화를 만들어 11월 중순에 개봉하게 됐다.

“성실하게 뚜벅뚜벅 걸어가서 전하고자 하는 것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면 첫걸음은 성공한 것이다. 결국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작가가, 연출자가 스스로 잘 알아야 한다.” 감독은 이 생각을 토대로 웹툰은 웹툰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다른 그림을 그려나갔다. 물론 웹툰 작가가 연출까지 맡는다고 하니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신인 감독인데 그런 걱정은 당연하다. 유일하게 믿어주신 분은 강우석 감독님이다. 신인 감독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시고, 정말 힘이 많이 돼주셨다.” 각색을 위해 작가도 여럿 붙었지만, 결국 시나리오는 주인의 손으로 돌아왔다.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건 캐릭터와 엔딩이다. “광고를 하며 대중의 요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스토리를 철저히 분석하는 건 필수다. 영화를 보는 관객과 웹툰을 보는 네티즌은 다르다. <더 파이브>의 드라마화도 논의 중인데, 그건 그것대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정연식 만화가·감독

콘티대로 촬영한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현장에서 바뀐 장면도 많았다. 원작과 각본, 연출까지 모두 하다보니 즉석으로 대사나 상황을 바꾸게 돼도 문제가 없었다. 각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나야 했기 때문에 “배우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최대한 입에 맞는 대사를 찾아주려 했다”. 덕분에 “영화가 잘된다면 90% 이상이 배우의 공”이라고 말할 만큼 현장에서의 호흡은 무척 좋았다. 웹툰을 그리면서는 O.S.T도 직접 만들어 넣었지만 영화음악만큼은 심현정 음악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은아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주길 바랐기 때문에” 여성 음악감독이 꼭 필요했단다.

차기작으로 구상 중이라며 네 가지나 되는 이야기를 차례로 풀어놓는 감독의 꿈은 그의 작품들을 닮아 소박하다. “긍정적인 힘을 줄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딸에게 아빠가 만든 이야기들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만화든 영화든 ‘정연식이 만든 이야기는 보고 나면 좋아’라는 말이 내겐 최고의 상찬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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