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AERA> 편집부에서 경제 기사를 쓰는 오시카 야스아키는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있었던 2011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9개월간 125명에 이르는 관련자들을 취재해 <멜트다운>(부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을 써 제34회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한두명의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재앙을 만들어낸 정치가, 정부 관료, 도쿄전력, 전문가, 은행가들의 입을 통해 재구성하는 원전 사고다. 사고를 대비하는 안전장치들은 있었지만, 이런 식이다. “1호기를 운전 조작했던 직원 가운데 누구 하나 비상복수기를 실제로 작동시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것을 상상하고 안전을 기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판이었음이 매 순간 드러난다. 제1원전이 막아낼 수 있는 쓰나미 높이는 5.7m. 당시 들이닥친 쓰나미 높이는 약 30m. 당시 도쿄전력 회장은 도쿄전력의 노사 수뇌진과 언론인들이 참여한 방중단을 이끌고 있었는데, 쓰나미 소식을 듣고 나리타 공항이 폐쇄해지되기를 기다려 이튿날 오전 11시 반 무렵 서둘러 귀국했다. 약 5시간이 지나, 후쿠시마 제1원전의 1호기가 수소 폭발을 일으킨다.
<멜트다운>은 3월11일부터 시작된 일본 동북부 사태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쓰나미와 원전 폭발의 순간을 믿을 수 없는 심경으로 실시간 시청한 사람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당시를 다시금 경험하게 하는 책이다. 다만 당시에는 그 영상(현실이라기보다는 영화 같다는 느낌이 더 드는)의 충격에 집중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그 뒤에서 뛰어다니다 영문도 모르고 죽은 사람들과 그 모든 일에 크고 작은 책임을 나눠진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최고 엘리트’들이 어떻게 한 국가를 멜트다운(원래는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노심이 냉각장치 고장으로 인해 녹아내리는 상태로, 방사능 유출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고를 뜻한다. 금속이 녹아내린다는 뜻이기도 하다)시키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 압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의 미국 금융계 CEO나 임원들이 막대한 퇴직금을 알뜰히 챙겨가던 모습이 여기에서도 재현된다. 4대강에 대해 이렇게 폭넓게 취재한 논픽션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