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혹은 가까이 들리는 폭탄 소리. 전쟁과 내전으로 점철된 아프가니스탄의 한 마을에서 군인과 반군은 밤낮으로 지배와 수복을 반복한다. 식물인간 상태의 남편(하미드 자바단)을 간호하는 여자(골쉬프테 파라하니)는 폭격 속에서도 남편을 떠날 수 없다. 사랑하는 방법도 이유도 모르는 남편에게 여자는 지난 결혼 10년간 그저 고깃덩어리였을 뿐.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는 전쟁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듯 전쟁 영웅 출신 남편은 어이없는 다툼에 휘말려 식물인간이 되었고 모두 전쟁을 피해 떠나고 없다. 폭격과 강간의 위협을 느끼며 남편을 간병하던 여자는 누워 있는 남편을 ‘인내의 돌’로 삼기로 한다. 이모가 들려준 민담에 의하면 인내의 돌에 비밀을 털어놓으면 끝내 산산이 부서지면서 비밀을 가진 자의 고통을 해방시켜준다고 한다. 대담히 자신의 비밀과 바람을 말하던 여자는 처음에는 악령에 홀린 모양이라며 자기 검열을 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억눌린 감정과 분노, 욕망이 토로되자 점차 해방감을 느껴간다. 그리고 우연히 말 더듬는 군인과 불가피하게 만남을 지속하게 되면서 자신이 진짜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홀린 채 진리에 도달하는 자가 선지자라면 여자야말로 진정한 예언자일 것이다. 전쟁 영웅이 아니라 여성들의 깨달음 속에 진리는 더 가까이 있다. 영화는 폭력적이고 성차별적인 지하드의 명분보다 여성적 성찰과 에로스의 포용력에 방점을 두었다. 감독 아티크 라미히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프랑스 망명작가다. 조국의 상황을 알리기 위한 매체로 영화를 선택하여 소르본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페르시아어로 쓴 자신의 첫 소설 <흙과 재>(2000)를 영화로 만든 이래 영화감독, 텔레비전 드라마 감독,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쓴 첫 소설인 <인내의 돌>로 2008년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으며, <어떤 여인의 고백>은 이를 영화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