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좌파와의 역사 전쟁” 운운했을 때, 앗 고마우셔라, 할 뻔했다. 전쟁을 벌일 상대로라도 쳐주니까. 나야말로 ‘자학 사관’에 물든 거니? 일련의 ‘민주주의 실종’ 상황에서 국정원발 각종 ‘폭격’에 시달리다보니 어느새 가을 한복판이다. 속절없기도 하고 더디기도 하다.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데, 어느 시대를 사는지 왜 이렇게 헷갈릴까. 막 쥬시후레쉬 씹으며 대한늬우스 들어야 할 것 같다.
기본적인 역사인식은 물론이고 사실관계며 하다못해 인용, 출처조차 왜곡•오류•부실투성이인 교과서의 주 저자를 불러다놓고 “‘좌파 척결’을 위해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강연에 열렬히 환호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역사가 그들의 새로운 ‘블루칩’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친일이든 독재든 제국주의든 역사는 힘 있는 자들의 것이며 이긴 사람이 옳다는 ‘이념’ 혹은 ‘욕망’을 바탕으로 지지자들을 묶어세우고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이쯤되면 역사에 대한 모욕을 넘어 히스테리다.
모든 걸 다 갖고도 입맛에 맞는 ‘과거’까지 갖겠다고 ‘역사 공작’을 일삼는 이들을 보자니, 저 탐욕은 어디까지 뻗쳐 있나 싶다. 대대손손 장기집권을 위해 과거까지도 ‘클린’하게 닦고 싶은가 보다. 이러다가 유전자까지 세탁하려들까 두렵다. 나치도 그랬으니까.
그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 명명한 두 정권을 거치며 우리는 어떤 ‘착시 효과’를 가졌던 것 같다. 기실 그들의 성채는 단 한번도 흔들리거나 균열이 난 적이 없다. 두 대통령이 전세살이 하듯 잠깐 살았던 것을 빼곤. ‘실력’도 ‘가진 것’도 없는 우리는 한때나마 어깨를 겨뤄봤(다고 느꼈)던 기억에 자족해야 할까.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우리 태주’가 그랬던가. “설득은 말이 아니라 힘으로 하는 거”라고. 당장 힘을 못 갖는다면 오래라도 살아야겠다. 그렇게 쪽수라도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