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앤 프랭크> 감독 제이크 슈레이어 / 출연 프랭크 란젤라, 피터 사스가드, 제임스 마스던, 리브 타일러, 수잔 서랜던
<로봇 G> 감독 야구치 시노부 / 출연 미키 커티스, 요시타카 유리코, 하마다 가쿠, 가와이 쇼고
말만 하면 뭐든 검색해주는 기적의 인공지능 서비스 ‘시리’(Siri). 아이폰 4S를 구입한 뒤, 시리의 기능에 탄복하며 시리에게 할 말, 못할 말 건네며 딱 하루, 즐거웠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입만 열면 말할 상대가 넘쳐나는 마당에 굳이 디지털 기기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이후엔 버튼이 잘못 눌려져(자주 그런다) 시리가 온 모드가 될 때마다, ‘이 쓸모없는 기능!’ 하고 신경질을 내는 게 시리와 하는 소통의 전부다.
<로봇 앤 프랭크>의 가사도우미 로봇 VGC-60L을 보면서, 제 몸도 갖지 못한 채 음성만으로 존재하는 시리를 향한 센티멘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VGC-60L은 바쁜 아들이 치매 걸린 아버지 프랭크를 위한답시고 사준 최신형 로봇인데, 디지털 기기 따위로 제 소임을 다했다고 뻐기는 아들에 대한 실망 때문인지, 노인은 영 로봇을 마뜩잖아한다. 로봇과 프랭크의 불편한 동거는 물론, 끈끈한 우정으로 변하게 된다. VGC-60L의 메모리칩에는 프랭크의 결정적 실수(강도행각)가 저장되어 있는데, 그렇게 로봇을 미워라 하던 프랭크가 결국엔 VGC-60L의 메모리칩을 포맷하지 못한다. 그간 쌓인 둘의 추억이 저장된 파일까지 한꺼번에 삭제될테니까 말이다. 최첨단 디지털 메모리칩이, 두고두고 꺼내보고 만져서 닳아버린 오래된 앨범 속 사진처럼 여겨지는, 아날로그적인 전환! 이 영화가 주는 기적적인 감동의 순간이다. VGC-60L은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그 모든 퇴행의 시간을 위로해줄 ‘반려’로봇이 아닐까 싶다.
야구치 시노부의 <로봇 G>의 노인 스즈키는 프랭크와 평행이론 같은 존재다. 딸 가족은 따로 살고, 맘 통하는 친구도 없다. 게다가 초기치매에 대한 경고까지 들은 상태다. 성격 또한 프랭크만큼이나 괴팍하다. 출품 하루 전, 로봇박람회에 출품할 로봇이 고장나자 연구원들이 위기를 모면하고자 로봇 탈을 만드는데, 스즈키는 작은 체구 때문에 거짓 로봇 행세를 하는 일로 고용된다. 야구치 시노부의 영화답게, 의도하지 않게 가짜 로봇이 최고의 인기 로봇이 되는데, 할아버지에게 관심이 없던 손자 손녀들이 로봇 G에 열광하는 걸 보면서 스즈키는 명백한 범죄임에도 로봇 G 역할을 그만두지 못한다. 결국 프랭크, 스즈키 둘 모두 꼬장꼬장한 마음 한편으로 따뜻한 소통을 원했던 거다. 하루 만에 시리를 싫증낸 게 떠오른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나 역시 장담 못할 일이다.
<아티스트 봉만대> 감독 봉만대 / 출연 곽현화, 성은, 이파니 에로영화보다 더 노골적인 에로영화 현장. 100% 리얼을 방불케 하는 페이크다큐멘터리. 에로 여배우들의 비애, 배우들간의 불화, 제작자와 감독의 불화까지. 남김없이 탈탈 털어낸다. 모두 실명으로 출연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그랑블루: 리마 스터링 감독판> 감독 뤽 베송 / 출연 장 르노, 장 마크 바, 로잔나 아퀘트 장비 없이 자신의 숨만으로 깊은 수심까지 내려가는 프리다이버의 우정과 사랑. 1993년 극장가를 푸른빛 감동으로 물들였던 <그랑블루>의 신화를 다시 쓴다. 20년 만에 보다 선명해진 HD 화질과 58분의 추가분을 더한 선물 같은 버전.
<까밀 리와인드> 감독 노에미 르보브스키 / 출연 노에미 로보브스키, 사미르 구에미스 자고 일어나니, 젊어졌다! 일상생활에 지치고 힘든 41살의 여인 까밀. 새해가 되기 하루 전날, 마법처럼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16살의 소녀 시절로 돌아갔다. 프랑스의 조디 포스터로 불리는 노에미 르보브스키가 연출과 주연을 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