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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틀이 있어야 이야기가 모인다

<우리 선희> 시네마톡 현장

영화만큼이나 유쾌한 대화가 오갔던 <우리 선희>의 시네마톡 현장. 왼쪽부터 남동철 프로그래머, 홍상수 감독, 이화정 기자.

홍상수 감독이 참여하는 GV현장은 항상 만석이다. 9월11일 CGV대학로 무비꼴라쥬관에서 열린 <우리 선희>의 시네마톡도 마찬가지. 자리를 가득 채운 관객은 시네마톡이 진행되기 전에 상영된 영화를 통해 이미 홍 감독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진행을 맡은 이화정 기자는 “이 영화가 홍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대중친화적이다. 의외로 쉽고 재미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속에서 홍 감독이 숨겨놓은 의도를 찾아나가자”는 말로 대화의 장을 열었다.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를 촬영하며 홍상수 감독에게 심경의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말을 제일 먼저 꺼냈다. 매일 아침 써내려간 쪽대본으로 영화를 찍는 감독답게 ‘그때 그렇게 느껴서 찍은 것 같다’라는 모호한 대답을 내놓기로 유명한 홍 감독이 이번 시네마톡에서는 작품에 대한 생각을 긴 호흡으로 풀어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선희>는 선희(정유미)와 그녀를 둘러싼 세 남자 사이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두가 선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남자들끼리도 서로 만나서 선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세 남자 모두 선희에 대해서 이상할 정도로 똑같이 표현한다. 홍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진짜 선희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으로부터 시작됐다. 같은 일을 겪었지만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연인의 이야기인 <오! 수정>과는 정반대로 풀어나간 이야기다”. 이에 대해 남 프로그래머는 “몇 안되는 요소들을 가지고 계속해서 변형해낸다는 점에서 희열을 느꼈다. 단순하지만 큰 울림이 있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이화정 기자는 “이러한 패턴의 변주가 영화에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홍 감독의 영화는 도형이나 도식, 혹은 숫자로 표현되는 것 같다”는 평을 더했다.

관객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시나리오 작업’에 있었다. 홍 감독의 집필 방식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손은 내려갈 줄을 몰랐다. “처음부터 우연성에 기대는가. 아니면 커다란 틀을 가지고 시작하는가”라는 질문에 홍 감독은 긴 답변을 내놓았다. “계속해서 변해왔다. 신인 시절에는 남들과 같은 일반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작업을 거듭하며 시나리오가 점점 트리트먼트로 바뀌다가, 지금은 몇줄짜리 시놉시스만을 가지고 촬영에 들어간다. 이번 <우리 선희>도 배우가 먼저 정해지고 난 뒤에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홍 감독이 항상 우연에 기대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찍을까에 대한 고민은 결국 선택에 있다. 선택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감흥이나 동기가 작용하지만 원칙이나 틀은 꼭 필요하다. 그런 틀이 있어야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모일 수 있다.”

홍 감독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면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로 찾아가면 된다. 두 작품(<우리 선희>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초청되었고 GV에 모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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