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인 소설과 그로 인한 영화와 그 안에 깃든 음악까지 모두 흠잡을 데 없는 리듬으로 충만하다. 영화와 영화음악에 비해 너무나 읽어보기 힘들었던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이 출간되었다. 가능하다면, 현대 비올라 다 감바의 명장인 조르디 사발의 영화음악을 들으며 읽을 것. 파스칼 키냐르의 친구이기도 한 그는 소설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구현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의 모든 아침>은 비올라 다 감바의 거장 생트 콜롱브의 삶을 그린다. 비올라 다 감바의 소리로 울리는 생트 콜롱브의 곡은, CF음악에서부터 자동차 후진 벨소리, 전화 연결음, 현관 벨소리 등으로 들어온 클래식의 유명한 곡들과는 다르다. 듣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다. 또한 읽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이 바로 콜롱브의 그것이었다. 한 인간이 그가 다루는 악기와 하나가 된다면, 악기는 어떤 소리로 노래하고 울까? “그의 제자 가운데 하나인 콤 르 블랑은 그가 인간 목소리의 모든 굴곡을 모방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가령 젊은 여인의 탄식에서부터 중년 남성의 오열까지. 앙리 드 나바르의 전장에서의 외침부터 그림 그리는 데 열중하는 아이들의 부드러운 숨소리까지.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거친 헐떡임부터, 기도에 몰입한 한 남자의 장식음 거의 없는, 무음에 가까운 저음까지.”
인성이 물성으로 화하는, 혹은 예술로 타오르는 자리에 기꺼이 놓인 콜롱브는 흔히 말하는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했다. 아내를 잃은 뒤 두 딸과 살았지만 그는 아이를 다룰 줄 몰랐고 음악 아닌 것에 관심도 없었다. 유일한 제자 마랭 마레는 베르사유에서 연주를 하고 와 그의 화를 돋웠고, 그의 격노를 본 큰딸 마들렌은 기꺼이 마레에게 몸도 주고 마음도 주고 아버지가 알려준 비올라 다 감바의 모든 것도 준다. 그리고 콜롱브의 둘째딸이 마랭 마레에게 접근한다. 마들렌은 아이를 사산하고는 야위어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홀로 남은 거장은 죽음에 무한히 가까워지고, 마랭 마레는 스승의 미발표곡을 한번만 듣고 싶어 밤마다 스승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마지막 페이지들을 넘기면, 모든 단어가 음표처럼 노래하는 소리에 숨을 죽이게 된다. 글을 통해 음악을 믿게 되는 일은 이렇게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