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은 두말할 것 없이 ‘제2의 <광해>’를 노리는 작품이다. <왕의 남자>(2005) 이후 ‘궁궐’을 중심에 두고 펼쳐지는 팩션 사극이 일정한 주기를 두고 유행을 이뤘다면, <관상>은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2012)처럼 팩션 그 자체의 밀도나 정밀함보다는 원톱 주인공의 무게감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말하자면 <광해>에서 ‘이병헌이 (가짜) 왕이 됐다’는 설정처럼 <관상>은 ‘송강호가 용한 관상쟁이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그 무엇보다 앞선다. 특히 송강호는 최근 친숙한 ‘코믹’ 코드와는 거리가 먼 캐릭터로 등장했기에 큰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니까 <관상>은 사극이기 이전에 송강호가 다시금 관객과 접속하려는 몸부림이다. <관상>의 전형성과 역발상, 모두 거기에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관상 보는 기생 연홍(김혜수)이 산 넘고 물 건너 내경(송강호)을 찾는다. 속세를 떠나 처남 팽헌(조정석), 아들 진형(이종석)과 산속에 칩거하고 있는 그는 얼굴만 보고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다. 연홍의 제안으로 한양으로 향한 그는 연홍의 기방에서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는 일을 하면서 용한 관상쟁이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다. 그 무렵, 내경은 김종서(백윤식)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아 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김종서가 어린 왕 단종을 지키기 위해 경계하는 수양대군(이정재)의 관상을 본 내경은 그가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김종서와 힘을 합쳐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들을 제거하고자 하는 수양대군의 술수가 만만찮다.
내경과 진형은 영화 내내 ‘역적의 후손’이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그들이 산속에 칩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관상>은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 다른 방식, 다른 자리에서 그 역적이라는 꼬리표를 떨쳐내기 위한 안간힘을 보여주는 영화다. 아버지는 수양대군을 막아냄으로써, 집을 떠난 아들은 훌륭한 관료가 되어 명예를 회복하려 한다. 하지만 <광해>에서 잠시나마 왕을 대신한 하선(이병헌)의 시작과 끝은 그냥 ‘야사’로 남겨도 무방하지만, <관상>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의 무게가 너무 크게 다가온다. 그들의 안간힘이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거대한 비극은 <관상>을 애틋한 부정(父情)의 드라마로 만든다. 그래서 <관상>은 아마도 송강호가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영화로도 기억될 것이다. 끝으로, TV시리즈 <뿌리 깊은 나무>에서 태종 이방원이었던 백윤식이 (권력욕에 빠져 다른 형제들을 모조리 죽인 할아버지 이방원과 관상이 같다는) 수양대군과 맞서는 ‘호랑이 관상’ 김종서로 등장하는 모습, 이 ‘실화’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한명회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는 건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