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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따윈 개나 줘버려

할리우드의 엉터리 간섭꾼 케빈 스미스 Kevin Smith

<점원들2>의 케빈 스미스(왼쪽)와 제이슨 미웨스.

F**k이 없으면 대사가 안되는 영화 <점원들>(1994)이 나왔을 때 관객과 비평가는 그 욕설의 정서에 환호했다. <스타워즈>와 <죠스>를 보고 자란 아이들 중 오랜만에 재미있게 막 나가는 친구가 나왔다고들 했다. 고등학교를 때려치우고 만화책과 록음악과 영화에 청춘을 건 식료품 직원 케빈 스미스는 졸지에 기대주가 됐다. 영화의 무대를 작은 가게에서 쇼핑몰로 옮긴 <몰래츠>(1995)는 한술 더 떴고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그의 친구들이 됐다. 발칙한 음담패설에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예민한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까지 겸비한 <체이싱 아미>(1997)와 <도그마>(1999)를 만들었을 때는 혹시 이 감독이 할리우드를 뒤집어엎진 않을까 예상하는 시각들도 있었다. 하지만 <제이 앤 사일런트 밥>(2001)은 지겨웠고 <저지걸>(2004)은 실망스러웠고 요즘은 그냥 있으나 마나 한 영화들이 다수다.

그런데 왜 여기 등장하는가. 자기 창작물의 쇠락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이것저것 지나치게 칭송하거나 이죽거리는 에너지를 지닌 엉터리 간섭꾼의 태도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스미스가 그런 인물이다. 그는 할리우드의 어떤 것은 지나칠 정도로 경외하는 것 같다. 언젠가 톰 크루즈를 인터뷰할 때 황제를 모시듯 엎드린 태도로 하는 걸 보면 그렇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어떤 것은 지나치게 깔아뭉갠다. 왕재수라고 부르는 리즈 위더스푼이 그 상대다. 자기 영화의 생존력에 대해서는 시니컬하게 떠든다. 요약건대 그가 쓴 책 <순결한 할리우드>에는 이런 논리가 있다. “내 영화는 돈이 많이 들지 않아. 왜냐하면 폭발 장면이 없으니까. 오럴섹스에 대해 떠드는데 돈 들 일이 없잖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관심을 두건 안 두건 원래 모자 뒤집어쓰고 벽에 기대서 욕 몇 마디 섞어가며 남의 이야기를 하는 녀석들은 누가 뭐래도 자기가 지쳐야 그만두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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