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도적인 결혼 혹은 결혼식에 전혀 매력을 못 느끼는 사람이지만, 최근 들어 두 커플의 결혼 소식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김조광수, 김승환씨 결혼과 이효리, 이상순씨 결혼이 그것. 한 커플은 미니멈하게 (조촐한 그들만의 공간에서), 한 커플은 맥시멈하게 (가능한 한 많은 하객이 참석할 수 있도록 공개된 야외에서) 결혼을 한다. 단출한 결혼식을 택한 이효리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멋있어지는 연예인. 결혼도 참 그녀답게 한다. 지켜보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 흐뭇하다. 광장의 결혼을 택한 김조광수 감독 커플을 보는 마음은 기쁘면서도 한편 짠하다. 그들이 광장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소수자이기 때문이므로.
무슨 결혼식을 그리 요란하게 하느냐고 흘겨보는 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혼하고 싶으면 결혼하면 된다. (결혼하고 싶지 않으면 물론 안 하면 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이 당연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사랑해서 결혼하겠다는데 국가가 그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다수자인 이성애자들의 결혼은 ‘당연히 합법’이지만 성소수자의 경우는 이 당연한 것을 얻기 위해 많은 눈물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나는 이 커플의 결혼이 더욱 ‘요란뻑적지근’한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혼이 합법이고 아니고가 어딨어?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은 커플은 결혼해 살면 되는 거지. 그걸 왜 국가가 법적으로 허용하니 마니 한단 말인가. 동성간의 결혼은 불법을 저지르는 건 아니지만 합법은 아니다, 이런 식의 법적 경계가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될 것인지 뻔하지 않은가. 구성원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고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 국가이고 법인데 여태 상처에 소금 뿌리는 일을 해왔다면 이제 조금씩 개선해야 하지 않겠나.
김조광수, 김승환씨 커플이 결혼식 준비를 하며 국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 내용에는 ‘성소수자 4대 인권 입법과제’ 실현 촉구가 있었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성적지향/성별정체성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 이 조항들을 읽어가면서 나는 그들이 얼마나 뿌리 깊은 소외와 차별 속에서 한 걸음씩 걸어 간신히 여기까지 도달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한없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므로 경축! 이 사랑! 이 지면을 빌려 공개 청첩장을 한번 더 돌린다. 9월7일 해질 무렵 청계천 광통교 앞으로 놀러오시라. 이 결혼을 축하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참석 가능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소수자라는 이유로 인권이 침해되고 차별받는 일이 없기를! 다채로운 평등의 가치가 섬세하게 번져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축하하자. 멋진 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