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감독 바즈 루어만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캐리 멀리건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감독 박신우 / 출연 한석규, 손예진, 고수
바즈 루어만 버전의 <위대한 개츠비>를 보며 수차례 파티장면의 화려함에 길을 잃을 찰나, 다행히 그는 이정표 역할을 할 장면을 제시한다. 확실히 그는 원작에서 묘사된 1920년대 뉴욕의 혼란보다 개츠비와 데이지, 그리고 남편 톰의 삼각관계에 매진했다 싶은데, 플라자 호텔 장면에서 묘사된 삼각관계는 그 의도와 가장 근접하지 않았을까 싶다. 연인 데이지를 되찾으려는 개츠비의 초조함이 극에 도달한 상황이자, 아내를 잃을 위기에 처한 톰의 질투심이 폭발하기 직전. 팽팽한 긴장의 순간을 깨는 건 사랑의 칼자루를 쥔 데이지다. ‘당신을 사랑했지만, 남편도 사랑했다’는 애매모호한 정리. 그 순간 모든 게 끝났다. 압축된 공기가 해제되고 사건은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이제 남은 건 데이지를 위해 부를 축적하고,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연일 성대한 파티를 열어야 했던 가련한 순애보의 주인공 개츠비를 향한 무한한 측은지심이 발동하는 것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속 인물들의 양상은 지고지순한 개츠비와 매몰찬 여성 데이지의 관계망과 비슷한데, 그중 <백야행>을 원작으로 만든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의 요한과 미호가 대표적이다. 아름다운 여성 미호에 대한 사랑으로 그녀를 학대하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그녀에게 방해가 되는 인물은 서슴없이 죽이는 남자 요한. 요한의 삶을 온전히 저당잡아놓고도 미호는 자신의 죄가 밝혀지려는 순간, 철저하게 남자를 배신한다. 사랑에 외면당한 요한의 처절함과 개츠비의 것 중 어느 것이 더 비극적일까? 확실한 건 이 두 남자의 사연이 기구할수록 여성들은 지탄받아 마땅한 이기적인 여인의 전형으로 고스란히 굳혀진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법칙은 연애와 시간의 뗄 수 없는 상관관계다. 두 남자가 간과한 건 결국 시간의 흐름이다. 개츠비가 데이지와 함께할 미래를 꿈꾸며 부를 축적하고, 요한이 미호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데이지와 미호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이상으로 머무르는 대신, 꾸준히 살아서 숨쉬고 있었다. <봄날은 간다>에서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던 상우의 대사에 응수하던 은수의 차가운 표정이 스쳐지나간다. 남녀관계는 가해자-피해자의 관계망으로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둘의 사랑에 허용된 시간은 모두 지났다. 남자만 모르고 있었을 뿐.
<패션, 위험한 열정>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 출연 레이첼 맥애덤스, 노미 라파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정통 스릴러. 유명 광고 회사를 배경으로 끊임없이 성공에 탐닉하는 여자 보스와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부러워하는 부하 직원이 주인공으로, 두 여성의 뒤틀린 욕망과 파멸을 그린다.
<언어의 정원> 감독 신카이 마코토 / 목소리 출연 이리노 미유, 하나자와 가나, 히라노 후미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의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구두디자이너를 꿈꾸는 소년 ‘타카오’가 수수께끼의 여자 ‘유키노’를 만나며 펼쳐지는 싱그러운 사랑 이야기. 1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화제를 모은 애니메이션.
<비바 프랑스> 감독 미카엘 윤 / 출연 미카엘 윤, 호세 가르시아 작은 부족 국가 타불리스탄의 홍보를 위해 에펠탑 테러를 계획했다가 파리가 아닌 프랑스 남서부 시골마을에 도착하게 된 두 순진한 테러리스트의 코믹 여정. 덕분에 프랑스의 명소와 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