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노인이 된 잔다라(마리오 마우러)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그를 출산하던 중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 위스난데차(사카랏 루엑탐롱)는 자신의 아들을 인간 쓰레기 취급하며 학대하기 시작한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욕정으로 해소하는 위스난데차는 집 안의 모든 하녀들을 탐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잔다라를 돌보기 위해 온 이모 와드(봉코이 콩말라이)까지 자신의 여자로 만든다. 아버지의 성적 방종은 트라우마에 갇혀 자란 잔다라에게도 이식된다. 잔다라는 성적 쾌락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새어머니 분링(야야잉)의 유혹에 넘어가 돌이킬 수 없는 욕망의 늪에 빠져든다.
<잔다라 더 비기닝>은 타이 내에서 30년 동안 판매가 금지되었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2001년에 개봉했던 <잔다라>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잔다라>는 개봉 당시 작품의 적나라한 성애묘사와 더불어 홍콩의 진가신 감독이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리메이크는 오리지널 버전에서 다루지 못한 분량까지 넉넉히 다루기 위해 두편으로 나누어 제작했고(2편의 제목은 <잔다라 더 피날레>) 그만큼 더 많은 인물과 이야기를 담아냈다.
잔다라에게 섹스는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복수를 상징한다. 무절제한 복수가 그의 운명을 비극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원작과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결국 이 영화가 지향하는 건 더 많은 섹스 신과 더 과감한 노출에 있다. 열대의 공기가 물씬 느껴지는 화면과 육체를 적나라하게 전시하는 클로즈업은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잔다라가 점점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인물로 변해가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지속적으로 삽입되는 정사 장면으로 인해 계속해서 맥이 끊긴다. 두 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 동안 같은 행위를 되풀이하는 탓에 관객의 관음증도 이내 사그라진다. 과유불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