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비르 사라일.’ 이스마일 카다레의 <꿈의 궁전>에 등장하는 이 국가기관은 독재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조직이다. 국민들의 수면과 꿈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철권통치를 하는 절대군주라고 하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자발적인’ 충성을 받고 있다는 환상을 원하는 법. 무의식의 무대인 꿈을 지배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수단이 있을 수 있을까. 타비르 사라일이 ‘위대한 제국의 최고 중추기관’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설은 주인공인 마르크 알렘이 이 기관에 말단 공무원으로 들어갔다가 마침내 최고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철저한 보안과 신비에 감싸인 그곳에서 알렘이 처음 근무하게 되는 부서는 ‘선별부’. 전국에서 수집된 수백만개의 꿈들 중에서 정치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꿈들을 솎아내는 곳이다. 술탄이 다스리는 제국의 방방곡곡에는 수많은 타비르 사라일의 분소가 있다. 사람들은 아침마다 분소에 찾아와서 내용을 구술한다. 필경사가 받아적은 꿈들은 중앙으로 보내지고 선별부는 그중에서 해석의 가치가 있는 꿈만을 골라내는 것이다.
선별부 위에는 ‘해석부’가 있다. 말 그대로 꿈의 내용을 해석하는 부서다. 이론은 그럴듯하다. 부서 책임자는 해석의 방법을 이렇게 말한다. “해석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창의적인 작업이라네. 이미지와 상징에 대한 연구에 지나치게 매몰돼서는 안되지. 대수학 분야처럼 자체의 원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네. … 뛰어난 해석이란 모든 해석이 끝난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되는 거야.” 물론 이처럼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해석해야 하는 대상은 흰 여우 세 마리가 군청 소재지 회교사원 첨탑 위에 앉아 있었다는, 논리하고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는 꿈들이다.
매주 수백만개의 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선정된 꿈은 ‘핵심몽’이 되어 술탄에게 보고된다. 핵심몽의 내용에 따라 권세를 떨치던 대신이 실각하기도, 귀족이 반역자로 몰려 처형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꾼 꿈을 보고할까. 미끼가 있다.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어떤 가난한 사람이 꾼 꿈 덕분에 제국이 재앙을 피했고, 그 사람은 극진한 보답을 받았다는 것. 물론 현실은 전혀 다르다. 반역의 기미가 있는 불길한 꿈을 꾼 사람은 독방에 갇혀 끝도 없는 조사를 받는다. 수백장의 조서를 작성하면서 일종의 세뇌를 당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병원균의 전파를 막아 페스트를 박멸하듯, 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반체제 사상의 창궐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평생 독재에 반대해왔고 종종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카다레도 그런 식으로 당한 과거가 있다. 40년간 알바니아를 지배한 독재자 엔베르 호자를 찬양하는 내용의 소설을 쓴 것. 공개처형을 즐기는 호자 앞에서는 제아무리 비판적인 작가라도 별수가 없었던 것이다. 소심하게 인터넷에 댓글이나 달아서 국민들의 의식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우리 국정원에 권해주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