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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보신과 진흥
이영진 2013-08-26

기획재정부는 매년 여름 공공기관의 전년도 경영실적을 평가해 발표한다. 공기업, 준정부기관, 중소형기관 등이 공공기관에 포함된다. 그닥 알려지지 않았으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6월18일 공개된 ‘201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B등급(양호)을 받았다. 영진위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받기 시작한 뒤로 가장 높은 등급이다. 강한섭 전 영진위 위원장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E등급(아주 미흡)을 맞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희문 전 영진위 위원장 역시 D등급(미흡)을 맞았다. ‘201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던 김의석 현 영진위 위원장은 1년 만에 두 단계 높은 성적표를 손에 넣었다. 영화인들도 정부의 이 같은 평가에 흔쾌히 동의할까.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경영 지표를 놓고 등급을 매기는 평가이다 보니 영진위에 대한 영화계의 만족도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관(官)과 민(民)의 잣대가 다른 것이다. 일례로 올해 4월 영진위는 직영하는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의 프로그래머를 해고했는데, 당시 운영위원들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영진위가 해당 사업에 대한 의지는 없고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물론 분란을 몰고 다니던 전임 위원장들과 달리 영진위를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도 있다. “적어도 (김의석 위원장의) 영화계와의 소통 노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의석 체제’ 영진위 2년, 그리고 남은 1년, <오마이스타>)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보자. 소통 노력 말고 신뢰 회복을 했느냐고. 8월14일 김의석 위원장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참석해 영화산업 정책기획단을 해체키로 했다고 밝혔다(‘누구 눈치 보나요?’, 이번호 국내뉴스 참조). 지난해 4월부터 영화계 안팎의 인사들과 함께 한국영화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 보이겠다고 약속했던 그는 왜 돌연 정책기획단 해체를 결정한 것일까. “(정책기획단이) 소위원회도 아니고 TF팀도 아니고, 위원회 필요에 의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지만, 소통 노력을 그토록 강조해왔던 그가 정책기획단에 참여한 영화인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그처럼 결정한 까닭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김 위원장의 ‘무소신, 무책임’ 원칙의 결과”라고 비꼬았는데, 그의 ‘소통 노력’이 단지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