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시의 육하원칙. 모두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가 꼭 들어가야만 기사문으로서 효용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요즘은 여기에 칠하원칙으로 ‘네티즌의 반응’이 추가된 것 같습니다.
정말로 소개를 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그저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만 이 칠하원칙용 기사 아이템으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유명인들의 SNS 가십입니다. 배우 송중기를 군대에 보낼 수 없으니 조교 출신인 영화평론가 허지웅이 대신 군대 가라는 변영주 감독의 유머 섞인 트윗은 하루 동안 무려 55건의 기사가 송고되었습니다. 변영주 감독의 8년 만의 복귀작 <화차>가 개봉했을 때 단신을 포함해서 818건의 기사(네이버 검색 기준)가 작성된 것을 보면 쓴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거대한 어장 SNS에서 가장 먹잇감이 되기 쉬운 것은 역시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겠지요. 축구선수 기성용은 지인과만 소통하는 페이스북 계정이 수면에 드러나 감독에 대한 민감한 내용까지 노출되면서 상하좌우로 십자포화를 맞았습니다. 어느 뮤지컬 배우는 공연이 끝나고 사인회에 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올렸다가 배역에서 빠지는 낭패를 당했습니다. 이런 것뿐만 아니라 자기 의견을 살짝 드러내도 큰 문제가 되곤 합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올렸다간 수구보수 또는 종북좌파 논란에 휘말리고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 사진은 위화감 조성으로 연결됩니다. 하는 일이 좀 힘들다고 하면 팬들의 사랑과 기대를 배신한 배은망덕한 존재가 되지요. 네티즌 용어로 ‘네임드’라는 불리는 유명인들은 그래서 아예 SNS를 접거나 다른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국가대표 출정식 기자회견처럼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내용만 올리거나 정치적인 이슈라고 하더라도 ‘독도는 우리 땅’, ‘평화통일 기원’처럼 보편적이고 지극히 안전한 내용에 대해서만 의견을 표합니다. SNS는 어떻게 사용하든 본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우린 이른바 ‘네임드’들에게 어떤 위계를 부여하고 그것에 봉직할 것을 강요합니다. 분명 사생활의 영역인 사적인 게시물마저 그 위계에서 벗어날 경우 리트윗(RT)으로 조리돌림을 당하고 다음날 포털 연예면 메인에 오르는 고초까지 격어야 합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네임드만 빼면 모두가 행복합니다. 대중은 RT 버튼으로 조리돌림에 동참하면서 하루를 살아갈 정의감을 충족하고 뉴스 제공사는 손쉽게 기사 아이템을 타임라인에서 습득합니다. 그런데 네임드에 집중되었던 이 조리돌림의 미학이 확대되었습니다. 이제 연예인이나 정치인, 또는 유명하건 말건 상관이 없습니다. 조금만 특이하고 캡처할 만한 이미지가 있다면 누구나 칠하원칙 기사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의 SNS발 기사들을 보세요. 더군다나 비네임드들은 신상까지 바로 노출되는 2차 피해도 극심합니다. 그렇게 된 겁니다. 네임드들을 가지고 노는 사이에 어느새 SNS라는 유리감옥이 더 커지고 만 겁니다. 앤디 워홀은 “15분 만에 모든 이들이 유명해질 것이다”라고 했는데 한국이 정말 그렇습니다. 15분 만에 포털 메인에 등장할 수도 있고 15분 만에 모든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전력 수급이 심각하다며 에어컨을 끄라고 난리입니다. 조만간 이 숭고한 절전 행위를 욕보인 냉방패륜녀가 등장한다는 데 제가 100원 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