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마술을 ‘카메라 트릭’이나 ‘속임수’가 아니라 ‘환상’(illusion)으로 여겨주길 바랐다. 자연 법칙을 거스르는 흥미로운 환영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어떤 쾌감을 느끼거나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가 마술 교육을 통해 재활치료를 시도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이처럼 마술이란 믿는 이들에게는 ‘위대한 환상’이지만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싸구려 눈속임’이 되곤 한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은 마술을 둘러싼 이같은 대립을 영리하게 활용한 영화다.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영화의 흐름에 집중하게 된다.
무명의 길거리 마술사들이었던 네명의 마술사 ‘포 호스맨’은 누군가의 부름을 받아 한자리에 모인다. 현란한 카드 마술로 여심을 사로잡던 아틀라스(제시 아이젠버그), 숟가락을 구부리는 재주보다 관객의 시계와 지갑을 손에 넣는 재주가 훨씬 뛰어난 잭(데이브 프랑코), 최면을 걸어 상대방의 마음속 비밀을 쥐락펴락하는 멘털리스트 메리트(우디 해럴슨), 아슬아슬한 탈출 마술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미녀 마술사 헨리(아일라 피셔). 뛰어난 개인기를 갖췄지만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이들은 누군가가 짜놓은 멋진 청사진을 따라 라스베이거스 MGM 호텔 무대에 서고, 무대 위에서 파리 은행금고를 털어 관객에게 뿌린다. 돈보다 더 강력한 환상이 있을까? 그들은 순식간에 화제의 주인공이 된다. 심지어 그들의 마술은 실제의 삶과 연장선상에 있다.
마술쇼가 끝난 뒤에 일상으로 돌아옴으로써 보통 관객은 안도하거나 실망하게 되지만 ‘포 호스맨’의 마술은 끝나지 않는다. 보통의 마술사들이 관객의 1달러짜리 지폐를 100달러짜리로 만들거나 불에 태워버린 뒤에 다시 1달러짜리로 돌려주는 것과 달리 이들의 마술 이후 파리 은행의 금고는 실제로 텅 비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마술’에 열광하는 대중과 ‘범죄’를 쫓는 FBI 요원 딜런(마크 러팔로), 그리고 한때는 마술사였지만 이제는 마술을 해부해서 돈을 버는 테디어스(모건 프리먼)가 ‘포 호스맨’의 행보를 예의 주시한다. 이 영화는 마술 자체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플롯 자체가 마술쇼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 아틀라스의 말대로 ‘너무 가까이서 보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화려한 것은 다른 무엇인가를 감추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마술쇼와 범죄물의 두뇌게임에 시원한 액션까지 곁들여 펼쳐지는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