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뉴스를 즐겨 찾는 독자라면 지난 7월12일 미국 내 한정 개봉한 <프루트베일 스테이션>이란 작품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27살의 신예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데뷔작으로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고, 칸국제영화제에서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최우수 데뷔작으로 뽑힌 바 있다.
<프루트베일 스테이션>은 2009년 1월1일 새벽,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고속통근열차(BART)에서 경찰에게 사살당한 22살 흑인 청년 오스카 그랜트 3세의 마지막 하루를 조명한다. 그랜트는 이미 경찰에게 물리적 제지를 당해 플랫폼에 엎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게 사살당했다. 해당 경관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총기를 실수로 발포했다는 변호가 받아들여져 2급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로 판정돼 2년형을 받고, 실제로는 11개월 복역한 뒤 2011년 석방됐다. 만일 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종이 뒤바뀌었다면 아마도 같은 판결이 나오긴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현재 미국의 지배적인 여론이다. 쿠글러 감독은 사건 당시의 수많은 동영상과 법정서류는 물론, 그랜트의 가족과 친구, 목격자, BART 관계자 등과의 인터뷰를 오랜 준비 과정을 통해 가감없이 영화에 담았다.
이 영화가 각종 영화제의 주목을 받고 벌써부터 2014년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건 <프루트베일 스테이션>이 현재 미국 내 만연한 인종차별 관행과 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가 개봉한 하루 뒤인 7월13일, 플로리다주 자경단원이었던 조지 짐머맨이 비무장한 흑인 소년을 살해한 2012년의 혐의에 대해 법원의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프루트베일 스테이션>의 이야기는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미국 내 유색인종 젊은이를 타깃으로 한 불공평한 불심검문과 판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 속 오스카 그랜트의 어머니 완다 역을 맡은 옥타비아 스펜서(<헬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의 말처럼 이 작품이 인종차별에 대해 “가족, 친구, 주변인들과 토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충분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