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같은 목소리로 주인공을 위협하며 관객을 조마조마하게 했던 인도 최고의 악역 배우 프란 크리슈나 시칸드가 지난 7월12일 향년 93살로 타계했다. 인도의 주요 언론은 인도 영화사에서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역할을 해온 배우가 떠났다며 시칸드의 타계 소식을 일제히 1면에 실었다.
1940년 펀자브영화 <야믈라 자트>로 데뷔해 2007년 <도쉬>에 이르기까지 70년간 4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시칸드는 특히 1950년대부터 60년대 말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악역 배우로 명성을 떨쳤다. 대다수의 인도영화 전문가들은 그의 출연 여부가 주인공 이상으로 당시 히트작들의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실제 1970년대의 경우 시칸드보다 출연료를 많이 받은 배우는 로맨스영화 주인공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라제쉬 칸나가 유일했다. 시칸드의 악역 연기와 관련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50~60년대에 태어난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프란’이라는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당시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의 이름으로 가장 꺼려했던 단어가 ‘프란’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악역 배우라는 수식어와 함께 시칸드는 인도 영화사에서 가장 성공한 캐릭터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60년대 말부터 <잔지르> <우프카르>를 통해 온화하고 정 많은 중년 남자 역할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특히 <파리챠이>에서 보여준 연기는 인도인들 사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할아버지 역할로 기억되고 있다. 평생 수많은 상을 거머쥐었던 시칸드는 지난 2001년 인도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의 시민상인 파드마 부샨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인도 영화인들 사이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여겨지는 다다사헵 팔케 어워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뒤 인도 영화인들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선 그의 일생과 영화적 업적을 인도 영화사를 통틀어 최고의 배우로 평가받는 딜립 쿠마르, 라즈 카푸르, 데브 아난드와 같은 선상에서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도를 대표하는 캐릭터 배우가 사후에는 또 어떤 이미지로 변신할지에 대한 기대가 자못 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