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고 뭉개고 떼쓰고 김빼고 우기고 시간끌고 잠수타고…. 흡사 얼음땡과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을 맥락없이 섞어놓은 듯한 ‘국조 놀이’를 해오던 새누리당이 급기야 생억지 덮어씌우기를 한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선언에 대해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대선 불복 정치공세의 장으로 만들려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판을 뒤엎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끙. 무거운 몸을 이끌고 촛불집회에라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새 애도 많이 자라 쇠고기 촛불집회 때와는 달리 일몰 이후 외출도 가능하거든.
이런 생떼는 야당이 아니라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다. 댓글공작 등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의 실체를 밝힌다고 대선 결과가 취소되리라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여론에 밀려 국정조사 시늉만 하고 싶은 마음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그 방법이 치졸해도 너무 치졸하다. ‘셀프감금’을 했던 국정원 직원 문제를 끌어대(경찰이 밖에서 문 열라는데 스스로 문을 걸어잠근 게 어떻게 감금이며 인권유린일까) 그 현장에 있던 김현/진선미 의원을 증인으로 부르자고 우기더니, 불법공작과 수사은폐의 핵심 증인(이자 주모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출석을 약속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말트집을 잡아 협상을 중단시키며 사실상 국정조사를 좌초시켰다. 그래놓고는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포기했다”고 떠든다. 어이가 없다 못해 보는 낯이 다 화끈거린다. 진작에 민주당의 무능을 탓했지만 이런 이들을 상대로 유능하기는커녕 맨 정신이기도 쉽지 않겠다 싶다.
정당정치를 일거에 유아놀이로 만들어버린 이들은 대체 뭘 믿고 이럴까. 1. 박근혜 대통령이 내 뒤에 있다. 2. 박근혜 지지율이 내 지지율이다. 둘 다겠지.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한분만 보고 정치를 하니까. ‘엄마’가 미소 띤 침묵으로 일관하니, 더 신이 난 모양새다. 긴 장마가 끝나고 진짜 무더위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