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 출연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왼쪽)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감독 제임스 L. 브룩스 / 출연 잭 니콜슨, 헬렌 헌트(오른쪽)
쩨쩨한 남자들이 판을 친다. 다른 곳도 아니고 로맨틱코미디에서 말이다. <귀여운 여인>의 리처드 기어나 <노팅힐>의 휴 그랜트 같은 신사적이고 감미로운 남자주인공들은 애초에 멸종됐다. 그들을 보내고 얻은 남자라고 해봤자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패트릭(브래들리 쿠퍼)같은 ‘정신 나간 놈’뿐이니 확실히 이건 남는 장사가 아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 패트릭은 분노조절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같은 동네 사는 여자 티파니(제니퍼 로렌스)가 패트릭의 영혼에 구세주로 다가온다. 남편 죽고 닥치는 대로 딴 남자와 잠자리를 갖는다는 티파니도 미친 강도로 따지면 패트릭과 맞먹는 지경이지만, 적어도 패트릭보다는 이성적이다. 따지고 보면 지친 영혼을 위한 극복기인데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은 이 고민을 로맨틱코미디 장르로 솜씨 좋게 풀어놓는다.
필살기는 패트릭의 쩨쩨함과 그에 필적하는 티파니가 주고받는 핑퐁식 대사다. 둘이 미쳤건 안 미쳤건 이 영화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같은 거침없는 막말과 스크루볼코미디식 잔재미의 향연이다. 도무지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 같지 않아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패트릭의 원조 캐릭터가 그것도 같은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없지는 않았다. 이 분야에서 선구자적 위치를 점한 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강박증 환자 멜빈 유달(잭 니콜슨)이다. 여자한테 촌스럽다는 말을 ‘예쁘다’라는 말처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독설가. 보나마나 연애엔 젬병인 그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연애소설로 돈 벌어 먹고사는 작가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티파니가 패트릭에게 그랬던 것처럼, 멜빈에게도 다행히 인자한 상대역인 캐롤(헬렌 헌트)이 있다. 욕실에 빽빽하게 새 비누를 쟁여둬야 하고, 보도블록도 더러워서 제대로 못 밟는 남자와도 기꺼이 사랑에 빠져주는 캐롤의 인내심이 아마도 헬렌 헌트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게 아닐까. 분명한 건 쩨쩨한 남자 탓에, 확실히 로맨틱코미디의 여성들이 피곤해졌다는 점이다. 백마 탄 왕자가 편히 여성을 구원해주던 낭만의 시대는 끝났다. 그러니 당신이 이 장르에 열광하는 여성이라면 당분간 희망은 접어두길 바란다. 현실을 반영하는 로맨틱코미디라면, 쩨쩨한 남자야말로 최고로 현실적인 캐릭터니 말이다.
<남자사용설명서> 감독 이원석 / 출연 이시영, 오정세, 박영규 연애엔 젬병인 CF 조감독 최보나(이시영)가 우연히 연애비법을 담은 비디오 ‘남자사용설명서’를 얻게 되면서 한류스타 이승재(오정세)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이승재는 겉으로는 화려한 스타지만 까탈스런 성격과 허세 가득한 구제불능 캐릭터의 진수다.
<쩨쩨한 로맨스> 감독 김정훈 / 출연 이선균, 최강희, 오정세, 류현경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뒤끝으로 유명한 성인만화가 정배(이선균)와 온갖 이론과 말발로 무장한 섹스칼럼니스트 다림(최강희). 한치 양보없는 둘의 공동작업은 난항을 거듭하지만, 예정된 마감을 향해가는 동안 이 둘에게 심상치 않은 연애의 기운이 싹튼다.
<내 아내의 모든 것> 감독 민규동 / 출연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한시도 쉬지 않고 떠드는 아내 정인(임수정). 그런 그녀가 지긋지긋해 이혼을 결심한 남편 두현(이선균). 정면 돌파를 하지 못하는 소심남은 급기야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