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선>은 독특한 감수성의 뱀파이어영화다. 주인공 제이콥(잭 킬버그)은 햇빛에도 화상을 입는 약한 피부 때문에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며 홀로 살아간다. 그는 최근 찾아온 지독한 허기로 당혹스러워하다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피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날 이후 미친 듯이 피를 찾아 거리를 헤매던 제이콥은 결국 인간의 피까지 손을 대고 만다. 하지만 허기를 채우면 채울수록 그의 정체성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그 와중에 최근 가까워진 여자친구 메리(마야 패리시)와의 관계마저 엉망으로 꼬여간다. 한편 거리에서 사인을 알 수 없는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자 제이콥은 이것이 자신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지금까지 영화와 문학에 등장한 수많은 뱀파이어 중 <미드나잇 선>의 제이콥은 유난히 약한 축에 속한다. 육체의 힘으로 보나 정신력으로 보나 그는 보통 인간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발길질에 걷어채고 햇빛을 피해 허겁지겁 지하로 도망쳐 들어가며, 허기에 배를 움켜쥔 채 홀로 숨어지내는 제이콥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뱀파이어와 인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스스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갈등으로 몇번씩이나 마음에 드는 여자를 거부하는 모습은 그 단적인 예이다.
영화는 제이콥의 이런 연약한 모습을 디지털카메라의 낮은 심도와 불안한 핸드헬드, 창백한 조명을 통해 효과적으로 묘사하며 뱀파이어 장르를 남들과 달라 고통을 겪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이야기로 해석한다. 하지만 문제는 장르를 변주하는 데 너무 집중하다보니 클리셰의 덫에 스스로 걸리고 만다는 것이다. 특히 후반부에 어설픈 장르적 연출을 시도하다 서사적 개연성과 전반부의 감수성을 잃어버리는 점은 아쉽다. 뱀파이어 제이콥보다 인간 제이콥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