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타라는 이름을 가진 흑인 여성의 인터뷰 장면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이 일했던 잰슨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1969년 여름, 아니타는 전형적인 남부 백인 중산층 가정의 가정부와 보모 역할을 해왔다. 특히 둘째 아들 잭(잭 에프런)은 자신을 돌봐준 아니타를 엄마처럼 따른다. 아내와 엄마 자리가 비어 있다는 점을 빼고 이 가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당시 그 지역 최대 이슈는 백인 보안관이 잔인하게 피습된 사건으로, 추잡하고 더러운 인물이라 평가받았지만 살해당한 뒤 시내에 동상이 세워졌다.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이지만 잰슨가와는 관련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잭의 형 워드(매튜 매커너헤이)가 취재를 위해 모트 카운티로 돌아오면서 형제는 이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고 비극이 예고된다.
인권운동가이자 <마이애미 타임스> 기자인 워드는 보안관 살해 용의자로 수감된 힐러리 반 웨더(존 쿠색)가 누명을 썼다고 확신하고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그가 이 사건 조사에 착수하게 된 데는 샬롯(니콜 키드먼)이라는 여성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샬롯은 죄수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일종의 취미인 여성으로, 얼굴도 본 적 없는 힐러리가 무죄임을 확신하고 자신의 천생연분이라 믿는다. 그녀는 힐러리 구명운동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각계각층에 그의 무죄를 호소한다. 그런 노력 끝에 마침내 워드의 호기심을 끌게 되고 언론에 조명될 기회를 얻는다. 워드는 흑인인 동료기자 야들리와 고향을 찾는데, 아직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은 지역에서 이들의 행보는 사사건건 방해를 받는다. 변호사는 법정에서 힐러리에게 한마디 질문도 던지지 않고, 경찰은 사건을 파헤칠 의지가 없다. 워드의 동생 잭도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에 동참하는데, 그의 관심은 사건의 실체가 아니라 샬롯에게 있었다. 어려서 엄마를 잃은 잭은 자기보다 두배나 나이가 많은 샬롯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 영화는 일단 캐스팅이 절묘하다. 모성 콤플렉스에 빠진 순수한 청년으로 분한 잭 에프런, 기존 이미지와 달리 백치미의 절정을 보여준 니콜 키드먼, 절대적인 악의 화신을 구현한 존 쿠색, 이들의 조화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범죄자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워드의 신념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잭과 샬롯, 샬롯과 힐러리 사이의 치명적인 사랑도 어둠과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자극적인 내용이 많은 이 영화에서 아니타를 제외한 주요 인물들은 모두 욕망이 떠미는 힘에 추동되어 자신의 앞길에 예비된 구덩이를 볼 여력이 없다. 설령 있다 해도 그들은 멈출 수가 없다. 전작 <프레셔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리 대니얼스 감독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