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국 사찰에서 그랬듯이, 이제 일본의 나라에 가면 이 책을 든 한국 관광객을 만나게 될까.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이 출간되었다. 이전 책들이 유홍준의 ‘홈그라운드’인 한국의 명승지, 사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넘치는 이야기를 쳐내느라 고민이었겠다 싶을 정도로 정보와 통찰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빽빽했다면, 이번 일본편은 아무래도 낯설 수 있는 타지를 관광객으로서 바라보는 내용이 된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를 자연과 고건축, 역사를 통해 반추한다. 당연히, 지금껏 일본을 다룬 그 어떤 가이드북이나 여행 에세이보다도 특이한 장소를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벚꽃놀이를 즐기는 일본에 대해 말하기 위해 여타 책들이 간사이 지역에서 교토의 마루야마 공원을 언급할 때, 이 책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즐겼다는 요시노의 사쿠라를 말한다. 책에 실린 사진을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좁은 산길을 비집고 산턱까지 온통 연분홍빛이라 사진으로만 봐도 장관이다. 요시노의 사쿠라를 읊은 가장 유명한 시는 다름 아닌 <요시노에 사쿠라가 만개했습니다>라고 하는데, 그 이상 설명이 필요없구나를 절감하게 만드는 장관이다.
일본편 첫 두권의 부제는 각각 ‘빛은 한반도로부터’와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인데, 단순히 일본의 건축과 경치를 구경하는 유람록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백제 무령왕에게 가카라시마 탄생설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백제 개로왕과 임신한 왕비, 그리고 왕의 동생 곤지 사이의 (지금은 알 수 없을) 묘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그럴듯하다. 무령왕의 관이 금송인 것도 그렇게 생각하면 상징적인 일인데, 금송은 한국에는 없고 일본에서 많이 나는 목재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의 실제모델인 조선 여자 도공 백파선에 대한 사연은 짧지만 흥미롭고, 미야자키 남향촌의 사주제가 부여의 은산별신굿, 청양 정산의 동화제 등 백제 고토의 민속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대목도 재미있게 읽힌다. 일본편의 3권은 교토를 다룰 예정이며, 곧 출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