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들은 7월과 8월, 열린 하늘 아래에서 영화를 본다. 개봉관들은 서서히 문을 닫고 휴가 갈 준비로 분주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광장에 영사기와 스크린을 설치하느라 바쁘다. 7월1일부터 9월1일까지 로마 시내의 천사의 성(Arena di Castel Sant’Angelo), 베드로 성(Arena del Chiostro di San Pietro in Vincoli), 가르바텔라(Arena di Garbatella), 이솔라 티베리나(Arena d’isola Tiberina), 시네무닉스(Arena Cinemunix), 몬테베르데(Arena di Monteverde) 등 11곳에서 야외극장이 열린다.
판아스협회(l’associazione Pan Ars)가 1991년부터 문화 이벤트의 하나로 이끌어가고 있는 로마의 여름 야외상영관은 로마의 여름을 상징하는 이벤트로 자리잡고 있다. 개봉관의 영화티켓 가격이 7.5유로인 데 반해 야외극장은 5유로에 티켓을 판매한다. 관객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바쁜 일로 보지 못한 영화들을 골라 볼 수 있다는 점도 야외극장의 매력이다. 야외극장에서 두달 동안 상영되는 영화들은 제6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탈리아 영화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비롯해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더 베스트 오퍼> 등의 이탈리아영화들과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 벤 애플렉 감독의 <아르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 등이다.
로마의 야외상영관은 영화상영 외에도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고의 영화장면’과 라이브 영화음악을 동시에 선보이는 오케스트라 영화음악 연주회나 시를 낭독하는 문학의 밤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한여름 로마의 야외영화 상영관은 <시네마천국>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영사기사 알프레도가 영사실에서 토토에게 영사기 조작법을 어깨너머로 가르쳐주고, 아버지가 없는 토토가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어준 어느 날, 알프레도는 극장 영업시간이 끝났는데도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동네 사람들이 떼로 몰려들자 광장으로 영사기를 돌린다. 돈이 없어 영화를 못 보는 이들을 위해 동네 건물을 스크린 삼아 영사기를 돌리는 인상 깊은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