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뉴스의 유명 앵커로 승승장구해왔던 윤영화(하정우)는 최근 갑자기 뒷전으로 밀려났고 자신의 이름을 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하나를 일주일 전에 겨우 시작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을 것 같았던 그날, 생방송 도중 괴한으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자신을 일용직 노동자라고 밝힌 사내는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고 협박을 해온다. 그리고 설마 했던 그 일이 이내 일어나고 만다. 윤영화는 이 사건이 자신의 유명세를 복구해줄 계기가 될 거라고 판단, 테러범과의 인터뷰를 자신이 앵커를 맡아 TV 생방송으로 내보내기로 한다. 테러범은 마포대교 보수 공사 중 추락사한 세명의 인부에 대해 국민적 차원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방송국에서는 시청률을 위해 보도국장(이경영)이 뛰어들고, 정부에서는 테러 협상 전문가(전혜진)가 투입되면서 조용했던 라디오 방송실은 쑥대밭이 된다. 그리고 윤영화는 이 사태가 자신이 원하던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곧 알게 된다.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가 연기하는 윤영화가 극의 전개를 전적으로 끌어간다. 윤영화의 어떤 심리적, 신체적 위급함이 이 영화의 긴장감과 직결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의 어떤 행동들도 영화에 늘 결정적이다. 몇몇의 주요 조연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윤영화를 자극하고 보완하는 인물들로서 더 의미가 깊다. 동시에 <더 테러 라이브>는 방송실이라는 장소를 거의 벗어나지 않으면서 장소의 제한이 만들어내는 긴박감을 고조시킨다. 더불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사건이라는 느낌을 강화하며 현장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말하자면 한 인물이 제한된 장소와 실시간의 흐름 속에서 저 급박한 사건을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 것인가 하는 쪽으로 영화는 설정되어 있다. 스릴러영화 <리튼>(2007)을 만들었던 김병우 감독의 작품이다.
전반적으로는 성취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나 시청률 경쟁에 열이 오른 타 방송국이 윤영화와 그가 소속된 방송국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도리어 윤영화를 생방송 주인공으로 놓고 공격적으로 인터뷰하게 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방송국의 ‘보도국 드라마 또는 영화’, 테러범과의 협상을 소재로 한 협상극, 수세에 몰린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릴러 등등, <더 테러 라이브>는 기존의 장르영화들을 꼼꼼하게 연구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또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나눠 찍은 다음 빠르고 짧은 숏들로 이어붙여 속도감을 높이는 것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어떤 한국영화들을 사례로 삼은 건 아닐까 하는 인상도 준다. 더 높은 자기 독창성에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아이디어의 실현에는 성공한 재치있는 오락물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