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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슈퍼갑질 대체 언제까지?
정윤철(영화감독) 2013-07-29

박선이 영등위 위원장의 퇴진과 제한상영가 등급 폐지를 강력히 요구한다

적절한 심의를 통해 영화 관객의 연령층을 제한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대한민국 헌법 22조에 보장된 ‘학문 예술의 자유’ 또한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잊어선 안된다. 하나 현재의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불행히도 무원칙한 등급심의를 일삼으며 끊임없이 헌법에 도전하고 있다. 단순히 사내 불륜을 다뤘다는 이유로 <연애의 온도>에 청소년 관람불가를 주는가 하면, 폭력성이 과하지 않은 <전설의 주먹>에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를 주어 심의 기준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오더니, 급기야 김선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단순히 현직 정치인을 모독했다는 이유 하나로 제한상영가를 주어 정치 검열 논란을 일으켰다(이는 결국 법원에서 제한상영가 등급 취소가 결정됐다). 아울러, 최근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제한상영가 결정으로 일대 파란을 일으켰고, 감독이 팔다리를 자르는 심정으로 재편집한 수정본마저 또다시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림으로써 많은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제한상영관이 없는 한국 현실에서 이는 결국 영화 자체를 아예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말살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라고밖에 여길 수 없다.

박선이 영등위 위원장은 모든 심의 결과는 정해진 심의 기준에 따라 위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에 자신은 어쩔 수 없으며, 제한상영관이 없는 것 또한 영등위가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영등위는 결코 법원이 아니며 심의 기준 또한 법전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하나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영화의 등급은 결국 심의위원들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또 작품의 전체적 의미에 따라 달라지기에 최종적으로 이를 조율하는 위원장의 역할은 막중한 것이다. 아울러 제한상영가를 받으면 결국 극장에 걸리는 게 불가능함에도, 주무 기관인 영등위가 자신들은 알 바 아니라며 계속 발뺌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이다. 아쉬우면 잘라오라는 고압적 태도의, 권력을 이용한 슈퍼갑질을 대체 언제까지 자행할 것인가.

2007년 1편, 2008년 5편, 2009년 6편, 2010년 2편이던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가 2011년 박선이 위원장 취임 이후 2년간 총 23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은 박선이 위원장과 현재의 영등위가 한국 영화계에 끼치는 독단적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이러한 영등위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물어 박선이 위원장의 퇴진과 영화에 대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제한상영가 등급 폐지를 강력히 요구한다.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뫼비우스>는 7월26일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에서 찬반 시사회를 열어 ‘영화의 유해성’을 관객에게 판정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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