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가을 이후 서울 연희동 사모님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미용실에 다니고 같은 중국집에서 계모임을 하던 이 여사의 남편 전 장군이 일사천리로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이 여사의 근본과 관상과 성정에 대해 무시하거나 흉보던 이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한파는 오래갔다. 연희동의 고급 계모임들은 자취를 감췄고, 따로 또 같이 청와대를 들락거리며 앞다퉈 진상을 하기 바빴다. 저잣거리에는 연이은 가뭄이 청와대 새 주인 내외 탓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집에 검찰이 빨간 딱지를 붙였다(이 여사께서는 집행관들을 따라다니며 발을 동동 굴렀다는데, 물욕도 이쯤 되면 신앙으로 인정). 우리는 어째서 이런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법 집행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일까.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안타깝게도 ‘입증 책임’을 지우지는 않는다. 전씨 일가와 친인척의 재산이 전씨 비자금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하늘도 알고 땅도 알 듯이) 당연히 전씨 자산이라고 봐야 하건만, 개정된 법은 이를 담고 있지 않다. 검찰이 그 관계를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번에 압수한 엄청난 미술품들의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탈세 혐의로 처벌할 수는 있으나, 미술품이 재산 은닉의 수단으로 거래 과정부터 워낙에 ‘지하경제화’돼 있어 마땅한 과세 방안을 찾기 어렵고 15년 시효를 넘기지 않을지도 미지수다. 일찍이 2004년 노숙인까지 동원한 더티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세탁한 사실이 일부 드러났으나, 쥐꼬리였다. 당시 관련자들은 기소도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설마 장남 재국씨의 미술 취향 참으로 마구잡이라는 것만 밝히고 끝나는 건 아니겠지? 돈을 매개로 끈질기게 얽히고설킨 전씨 일가의 유사•방계 가족도는 그 자체로도 기네스북 감이다. 검찰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