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을 맞아 여행에 관한 책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다. 그중 읽을 만한 몇권을 소개한다. 김얀의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은 <비포 선라이즈>의 청소년 관람불가 버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섹스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답게, 13개국 여행지와 13명의 남자들 이야기를 담았다. 연애가 아닌 섹스에 살짝 방점이 찍혔다는 게 특이점.
장 피에르 나디르, 도미니크 외드가 쓴 <여행정신>은 여행에 관련된 개념설명서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하고 비슷한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괜찮을 것 같다. 공동지갑 항목에서는 여럿이 함께 간 여행에서의 비용문제가 다루어지고, 현대의 여행자들이 지구 반대편에서조차 집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들곤 하는 인터넷카페에 대한 언급도 있다. 세네카의 유명한 격언 중 하나인 “여행에 네 자신을 데리고 간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바꿔야 하는 것은 기후가 아니라 바로 영혼이다”도 등장한다. 어이없을 정도로 택시운전기사에게 속아본 경험이 있다면 ‘택시’ 항목 필독. “어떤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때 택시기사는 지름길로 가기보다 위대한 항해사 페르디난드 마젤란처럼 대개 목적지를 등지고 빙빙 돌면서 도시를 일주하는 편을 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유혜영의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는 스페인의 한입 음식 타파스로 즐기는 바르셀로나를 담았다.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한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그림과 글, 사진으로 완성한 이 책은 여행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는 정보력을 자랑한다. 현지인처럼 바르셀로나를 먹어치우고 싶다면 이 책은 필독도서가 아닐까.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번역가인 김화영의 산문집 <여름의 묘약>은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의 멋을 고스란히 실었다. 문학과 사랑이 와인처럼 숙성되어 책 속에 담겼다. <카모메 식당>에서 미도리를 연기한 가타기리 하이리가 <카모메 식당> 촬영을 위해 머문 한달간의 핀란드 이야기를 쓴 <나의 핀란드 여행>도 출간되었다. 핀란드 이야기인 동시에, 일과 여가를 위해 다양한 예산의 여행을 해본 배우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재미있다. 온갖 나라에서 마사지를 받은 회고담 같은 것, 이 책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