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잘하는 사람은 뒷설거지할 것이 별로 없다. 후딱후딱 도구들을 씻고 정리해가며 음식을 하기 때문이다. 살림 잘하는 사람의 기준도 평소 부엌이 얼마나 깨끗하냐는 것이다. 설거지통에 씻을 그릇이 잔뜩 담겨있으면 때가 되어도 밥하기 참 싫다.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를 위한 사업이었고 그 통에 짬짜미 비리도 유발됐다는 요지의 감사원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의 ‘입’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국민을 속인 일”이라며, “잘못된 부분은 사실대로 알리고 바로잡고 고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거이거 너무 표정관리 안되시잖아. 너무 추상 같으시잖아. 국정원 댓글공작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으로 전 정권과 사실상 짬짜미를 벌여온 처지에 보는 사람 민망하게시리…. 쉿.
청와대의 불호령과 달리 사람들은 그리 놀라지 않는다. 그 뻔한 걸 왜 감사원(과 박근혜정권)만 이제 알았느냐는 반응이 더 많을 것이다. 앞에서는 대운하 포기한다고 해놓고 뒤로는 자연형 소형보 계획을 둔갑시켜 수심 6m의 운하를 기어이 파고 말았다. 퇴임 직전 “갑문만 달면 대운하 완성”이라는 자화자찬을 한 MB는 대운하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의 고집은 국토부와 공정위 등의 기능도 무력화시켰다. 입찰 담합 등을 부추겼고, 제대로 처벌하지도 않았다. 감사원도 자유롭지 않다. 한창 강바닥 파헤치던 때에는 예비타당성조사며 환경영향평가며 모두 문제없다고 하지 않았나. 이미 그때 마스터플랜은 다 나와 있었다. 초대형 사기극에 멀쩡한 강만 돈 먹는 ‘거대 공구리 그릇’이 돼버렸다. 어쩔 거야.
말씀하신 대로 바로잡고 고쳐주길 기다릴 수밖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과 배임 등의 죄과를 묻는 일이 ‘바로잡는’ 길이요, 망가진 강을 최대한 원상회복시키는 일이 ‘고치는’ 길이다. 뒷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다음 끼니 음식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