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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안에 눈물이, 눈물 안에 웃음이
안현진(LA 통신원) 2013-07-18

감독 고어 버빈스키

<론 레인저> 촬영현장의 제리 브룩하이머와 고어 버빈스키(오른쪽부터).

-<랭고>에 이어 <론 레인저>로 또다시 웨스턴 장르를 택한 소감을 묻고 싶다. <랭고>가 <론 레인저>를 연출한 발단이었나. =글쎄,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거꾸로 된 것 같지만 <론 레인저>가 진짜고, <랭고>는 재미있자고 만든 거였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존 포드, 세르지오 레오네 등의 웨스턴영화를 좋아했지만, 꼭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계획한 적은 없다. 그러다 내게 진짜 먼지가 가득한 사막에서 기차와 함께 뛰고 뒹굴 기회가 왔다. 물론 웨스턴영화를 만드는 일은 어렵다. 위험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뿐 아니라 모든 웨스턴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그 영화에 참여한 스탭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영화가 톤토의 시각에서 보여준다는 점이 독특하다. =라디오 쇼와 TV시리즈 <론 레인저>를 보면서 가장 끌린 점은 톤토와 론 레인저의 관계였다. 이전에는 다루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론 레인저는 톤토의 창조물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이 점이 이 영화가 같은 캐릭터를 다루는 이전의 이야기들과 가장 구별되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톤토를 화자로 설정함으로써 영화는 건축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저 배경에 지나지 않았을 광활한 대자연이 하나의 캐릭터로 들어서게 됐기 때문이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감독으로서 나는 톤토가 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아미 해머를 론 레인저로서 조니 뎁과 나란히 서게 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미는 <소셜 네트워크>와 <제이. 에드가> 때부터 눈여겨보았다. 이런 키에 이런 얼굴을 가진 남자배우를 두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 있겠나. (웃음) 내가 아미에게서 보는 것은 낙천주의다. 사막에서 촬영하는 건 쉽지 않다. 어떤 난관이 기다리는지 알 수 없고, 눈, 코, 입, 귀 할 것 없이 흙먼지로 가득차게 마련이다. 촬영한 지 93일쯤 되었을 때는 모두 지쳐 있었다. 아미는 그때도 에너지가 넘쳤다.

-<론 레인저>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이야기인가. =어린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론 레인저>를 생각하면 서부극 특유의 타이틀 음악이 떠오르고, 나와 아버지, 친구들, 친구들의 아버지들이 연상된다. 아마 나와 연배가 비슷한 사람들은 공감할 텐데 <론 레인저>에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들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그 안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 있다는 점이다. 코미디나 비극은 사실 따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웃음 안에 눈물이 있고, 눈물 안에 웃음이 있는 법이다. 이 이야기가 그런 인간사를 보여주기에도 적합한 이야기라는 걸, 영화를 만들고 나서야 알았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서부극은 완벽한 비극인 동시에 아름다운 유머를 품고 있지 않은가.

제작비 전쟁보다 날씨 때문에 고생했다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고어 버빈스키 감독 최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두말할 것 없이 캐스팅이다. 그가 만드는 영화의 캐스팅은 언제나 개성 넘치고 단단하며 강력하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키라 나이틀리가 대표적인 예다. 캐스팅의 조화도 놀랍다. 론 레인저와 톤토 사이의 티격태격하는 화학반응은 각본에 쓰여 있다고 해서 화면에 옮겨지는 것은 아니다. 그건 아미와 조니 사이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만들어낸 가장 큰 공은 버빈스키 감독에게 돌아가야 한다.

-오래전에 TV에서 소개된 이야기를 지금 되살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론 레인저>의 무엇이 그렇게 당신에게 매력적인가. =<론 레인저>는 정의를 믿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이 정의를 믿고 싶어 하고, 정의가 구현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론 레인저는 법을 수호하려고 하고, 범법자를 쫓는다. 최근 인기가 많은 슈퍼히어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론 레인저>는 라디오 쇼로 시작해 나중에 TV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어떤 영향을 줄까. =글쎄, 이 영화는 라디오 쇼나 TV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영화는 론 레인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은 고어 버빈스키다. 그가 만드는 모든 것에는 그만의 인장이 찍힌다.

-<론 레인저>는 처음에 스튜디오에서 제작 중지 결정을 내리는 등 부침이 심했다. 제작자로서 이런 결정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하다. =아주 많은 프로젝트가 제작 중지 결정을 맞고, 제작비 전쟁을 치르고 나서야 영화로 만들어진다. 지금 당장이라도 같은 과정을 겪고 나서 만들어져 누구나 알 만큼 흥행한 영화 네다섯편은 열거할 수 있을 정도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1편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비교적 덜 중요한 장면을 삭제해 예산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이 정도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 때는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날씨다. 가능한 모든 기후를 겪은 것 같다. 모래바람이 불어오는가 하면, 당장 촬영을 접어야 하는 폭설과 돌풍도 만났다. 한참 이곳 산타페에서 촬영하던 중에 갑자기 몬순이 찾아와서는 시도 때도 없이 비가 퍼붓기도 했다. 준비해놓으면 비가 내리는 바람에 세트 전체가 진창이 되어 한동안 촬영을 진행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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