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처럼 회자되는 1969년의 우드스탁페스티벌 때문일까. 여름이 오면 축제가 그리워진다. 꽃축제 단풍축제 그런 거 말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며 행복해지는 ‘사람의 축제’ 말이다. 반전과 평화, 인종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에 대한 저항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갈구한 플라워 무브먼트 세대의 낭만적 해방구였던 우드스탁의 슬로건은 ‘평화와 음악의 3일’이었다. 2013년 여름, 한국에서는 ‘평화와 책의 100일’이라는 슬로건이 나부끼고 있다. 지난 6월1일부터 시작된 이 축제의 이름은 ‘강정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이다. 한국의 시인, 소설가 420여명이 뜻을 모아 제주도 강정마을에 평화의 책마을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모아 보내자는 시민들의 연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100일간 육지에서 십만권의 책을 모아 유람선에 싣고 배 위에서 춤, 노래, 시와 소설 낭송, 각종 공연을 즐기며 밤새 항해해 제주도 강정마을로 찾아가는 축제. 해군기지 건설로 고통받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책을 통해 다시 예전처럼 평화를 되찾게 되길 염원하는 일종의 북 무브먼트라고 할까.
이 축제의 소식을 듣고 영국에서 보내온 한 시민의 메시지가 각별하다. 그분은 해마다 헤이북페스티벌(Hay book festival)에 다녀온다며, 우리나라의 강정도 그리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세계적인 책마을 ‘헤이온와이’의 소식을 전해주셨다. 지인들과 함께 영국에서도 책 모으기에 동참하겠다는 소식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자회 소식, 모이고 있는 책들을 한국 가는 지인이 직접 배달하기로 했다는 소식 등이 차곡차곡 들어오는 중이다.
이런 사연도 있다. 여덟살짜리 아들에게 강정마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곳을 왜 책마을로 만들려고 하는지 이야기해주니, 아이가 인터넷을 검색해 강정마을의 사진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이 말하기를, 자기는 어른들을 잘 이해할 수 없다고, 아름다운 해변에 왜 저런 짓을 하냐고, 강정마을에도 어린이들이 사냐고, 어른들은 싸우는 데다 아름다운 해변이 부서지는 것을 보아야 하니 그 마을 어린이들은 참 슬프겠다고…. 하지만 책을 많이 보내주면 그 어린이들도 힘이 날 것이고, 독서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것이니 책이 강정마을의 어린이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재잘거리며 자기가 가장 아끼는 그림책을 꺼내 정성껏 기증 라벨을 붙이는 소년 유안의 이야기.
십만권의 책 모으기는 여름 내내 진행되어 9월 첫주에 완료될 예정이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책들이 실어나르게 될 평화를 상상한다. 책과 함께하는 100일간의 여름 축제를 즐겨주시라. 다음 카페 ‘강정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를 방문하면 책 기증과 자원봉사에 대한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