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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의 복잡한 내면 <매니악: 슬픈 살인의 기록>
김보연 2013-07-03

<매니악: 슬픈 살인의 기록>은 1980년에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여자의 머리 가죽을 산 채로 벗겨 죽이는 연쇄살인마에 대한 영화다. 성적으로 문란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트라우마로 갖고 있는 프랭크(엘리야 우드)는 마네킹을 복원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사실 그가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몰래 쫓아가 죽인 다음 머리 가죽을 벗겨 마네킹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마네킹이 하나둘씩 늘어갈 때 사진작가 애나가 우연한 계기로 프랭크와 가까워지고, 그는 자신의 마네킹에 흥미를 느끼는 애나에게 강하게 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동시에 프랭크는 그녀를 죽여 영원히 자신의 곁에 두려는 욕망에 휩싸이고, 게다가 어머니와 죽은 자들의 환상까지 등장해 그를 혼란에 빠트린다.

일단 눈길을 끄는 건 거의 모든 장면을 프랭크의 시점숏으로 구성한 연출이다. 이는 연쇄살인마의 행동을 고스란히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한 인물의 심리를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선택이지만 85분 동안 이어지는 한 가지 방식의 촬영-편집은 오히려 영화를 단조롭게 만든다. 처음 몇분은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불안하게 흔들리는 핸드헬드와 공포에 질린 여자의 클로즈업이 번갈아가며 반복 등장할 때 영화의 리듬은 오히려 지루해지는 것이다. 이때 남는 것은 다음 피해자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잔인하게 죽일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뿐이다. 장르영화에서 잔인함을 묘사하는 것이 그 자체로 흠은 아니지만 영화는 앞서 말한 단순한 패턴의 반복에 어정쩡한 환상장면까지 집어넣어 프랭크의 어두운 내면을 짐짓 심각하게 설명하는 무리수를 둔다. 즉 스스로 이도저도 아닌 영화로 남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일인칭 시점 촬영의 무리한 사용이 오히려 일관적인 주제의식의 발목을 잡은 사례로 기록할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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