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훈훈한 <마이 라띠마>의 시네마톡 현장.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감독 유지태, 배우 박지수, 배수빈.
6월7일 CGV대학로의 무비꼴라쥬관. 밤 9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객석은 만원이었다. “시네마톡 사상 가장 큰 호황이 아닐까 싶다”는 이화정 기자의 촌평대로 <마이 라띠마>의 감독 유지태와 배우 박지수, 배수빈을 맞는 관객의 열기는 전에 없이 뜨거웠다. 준비된 꽃다발과 선물 보따리가 한가득이었고, 감독과 배우들이 인사말을 건네는 내내 ‘띠리릭’ 하는 디지털카메라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이날의 대화는 관객의 팬심과 <마이 라띠마>의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이라는 경사가 겹쳐져 더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마음을 울리는 진심의 힘이 있는 영화”라고 말문을 연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어려운 환경에서 제작된 영화로 알고 있다. 이 작품의 수상이 유지태 감독에게 큰 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에 “15년 동안 준비해온 영화라 오히려 미련이 남지 않고 후련하다”고 답한 유지태 감독은, 그래도 영화를 선보인 소회가 남다른지 말을 길게 이었다. “제작비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 결과물에 아주 만족한다. 감독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꼭 성장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원을 푼 것 같다. 필요한 장비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본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마이 라띠마>는 보기가 편치만은 않은 영화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에 건너온 타이 여인 마이 라띠마(박지수)와 사회적으로 낙오된 밑바닥 인생 수영(배수빈)의 여정은 때로는 끔찍하고 고통스럽다.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는 버거운 연기를 감당해낸 두 배우를 향해 흘러갔다. 배수빈은 “주변 환경이 한 인간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면서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한결 더 성숙해진 것 같다”고 경험을 정리했다. 신인답지 않은 뛰어난 연기로 데뷔와 함께 큰 주목을 받은 박지수는 “처음 맡은 배역이었는데도 스펙트럼이 넓어서 좋았다. 이런 큰 역할을 맡게 되어 영광이었다”며 감독과 선배 배우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렇다고 해도 외국어 연기는 물론이고 노숙자와 임신부 연기, 심지어 베드신까지 있는 역할이 오죽했겠는가. “배우들의 고충을 잘 알 텐데, 왜 이렇게 고생을 시켰냐”는 이화정 기자의 갑작스런 질책(?)에 유지태 감독은 의표를 찔린 듯 한동안 아무 말 못하고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관객의 질문은 대부분 <마이 라띠마>의 독특한 형식과 화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유지태 감독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아벨 페라라, 다르덴 형제 등 여러 감독들의 영화를 예로 들며 막힘없이 답변했다. “좋은 영화에는 반드시 ‘엉뚱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결론을 내린 유지태 감독은 “앞으로도 <마이 라띠마> 같은 다양성 영화들이 한국 영화계의 방부제가 되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히면서 자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