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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청춘의 사랑 이야기 <이별계약>
이주현 2013-06-28

한때는 첫사랑과 불치병이 멜로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편지> <선물> <국화꽃향기> 같은 최루성 멜로드라마가 나름 선전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이러한 소재로 최루성 멜로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썼다가는 영화사에서 문전박대당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은 ‘한국형 멜로’로 중국에 소개된 최루성 멜로드라마 장르가 지금의 중국 영화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가 되었다.

리싱(펑위옌)과 차오차오(바이바이허)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로 사랑을 키워온 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혼을 하는 리싱에게 차오차오가 냉정한 태도로 이별을 통보한다. 결국 두 사람은 “5년 뒤에도 둘 다 독신으로 남을 경우 결혼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이별계약서를 작성하고 헤어진다. 5년 뒤. 유능한 셰프로 성공한 리싱이 차오차오에게 자신의 결혼 소식을 전해온다. 5년 동안 리싱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해온 차오차오는 리싱의 결혼 소식에 충격을 받고, 그길로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건너간다. 리싱의 곁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여자가 있다. 차오차오는 리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런저런 꾀를 부려본다. 하지만 리싱의 결혼 계획은 차오차오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리싱은 다시 한번 정식으로 차오차오에게 청혼한다.

<이별계약>에는 두 가지 반전이 있다. 하나는 이야기의 반전이고 하나는 장르의 반전이다. <이별계약>은 마치 두개의 이야기를 붙여놓기라도 한 것처럼 전반부와 후반부의 결이 다른 영화다. 차오차오가 리싱의 결혼 방해 공작을 펼치는 전반부는 로맨틱코미디의 문법을 착실히 따른다. 리싱과 차오차오가 다시 결합해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 하는 후반부부터 영화는 최루성 멜로로 장르의 옷을 갈아입는다. 이야기와 장르가 전환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은 이 영화의 분명한 흠이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호소력있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핵심에 가닿으려는 노력, 이별의 아픔을 최대한 정직하게 전달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중화권의 떠오르는 스타인 펑위옌과 바이바이허의 눈물 연기가 특히 압권이다. 누군가는 <이별계약>이 촌스럽다 할 테고, 그럼에도 누군가는 두 청춘의 사랑 이야기에 가슴 떨려 할 것이다. 참고로 애초 <이별계약>은 오기환 감독의 데뷔작인 <선물>의 리메이크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결과적으로 두 영화는 전혀 다른 별개의 영화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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