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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기묘한 미스터리 <버니>
김보연 2013-06-28

모두가 사랑했던 한 남자의 평범하지 않았던 실제 삶을 영화화한 범죄극 <버니>는 한순간도 상투적인 진행을 따라가지 않은 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실력있는 장의사이자 예술감독인 버니(잭 블랙)는 활발하고 따뜻한 성격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훌륭한 평판을 얻는다. 반면 마을의 소문난 부자인 마조리 여사(셜리 매클레인)는 괴팍한 성격 때문에 최악의 평판을 얻고 있다. 하지만 버니는 특유의 다정함으로 결국 그녀의 마음을 열고 유일한 친구로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과연 이 이상한 ‘커플’은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버니>는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 감독인지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일단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마을 주민들의 인터뷰와 작게 나뉜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이 에피소드는 단지 일상의 평범함을 그릴 뿐이다. 하지만 이 일상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영화에 장르적 긴장감이 발생한다. 인공적인 조화로움 속에 그려진 마을의 풍경과 버니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배우에게서 연기를 끌어내는 능력이다. 우리는 이미 잭 블랙이 장례식에서 진지한 노래를 불러도 사람을 웃길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감독은 잭 블랙의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그의 얼굴 자체를 가면처럼 보이게 만든다. 분명 영화 속 버니는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지만 그가 눈을 익살스럽게 뜨고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 단지 근육의 수축과 긴장으로 보이는 순간이 오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한번 버니에 대해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영화는 그때부터 세상에 대한 기묘한 미스터리로 바뀐다. 링클레이터 감독이 작정하고 이야기를 펼치는 것도 이때부터다. 감독은 버니라는 인물을 중심에 놓고 작은 시골 마을의 풍경과 여러 인간 군상의 다채로운 내면, 법제도의 모순들을 날카롭게 스케치하며 이 웃기도 울기도 애매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확장해 모든 것을 불명확하게 만든다.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은 채 수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버니>는 한 사건을 중심으로 그 안에 접힌 주름을 펼쳐내는 링클레이터의 연출이 잭 블랙의 연기와 만나 힘을 가장 발휘한 작품 중 하나이다. 그 펼쳐진 자리에 어떤 의미를 새롭게 덧쓸지는 물론 관객의 몫이지만 그 여백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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