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정보통신부 산하 영화검열국이 개최한 제1회 ‘컷-언컷 페스티벌’.
인도영화 100주년을 맞아 영화계 안팎에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소재 선택과 표현 방식의 ‘자유화’에 대한 영화계와 정부 사이의 입장 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은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이다. 1952년 영화검열법이 제정된 이후 인도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영화의 섹스, 노출, 반정부적 행동, 폭력, 키스 등의 장면은 물론이고 심지어 흡연장면조차 엄격한 검열 대상이었다. 그사이 검열국으로부터 ‘보호자 동반 관람’이나 ‘성인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큰 서스펜스 스릴러, 액션, 범죄, 치정극 등의 장르영화들은 영화계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갈구하는 인도 관객은 할리우드를 비롯한 해외영화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인도정보통신부 산하 영화검열국이 개최한 제1회 ‘컷-언컷 페스티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열국에 의해 삭제명령을 받았던 영화들을 무삭제판으로 복원해 상영한 이번 행사에는, 인도에서 키스장면이 처음 등장한 영화로 알려진 1933년작 <카르마>를 비롯해 힌두-모슬렘간의 종교 갈등을 심도있게 다룬 <파이널 솔루션> 등이 무삭제판으로 상영돼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편 그간 수많은 영화에서 삭제된 강간, 정사, 노출장면을 담은 클립들도 공개돼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행사 뒤 열린 공개토론회는 18살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돼 ‘검열의 경계’라는 주제를 두고 전문가와 일반 관객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의 배경에 대해 정부가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철옹성 같은 인도 자국영화시장도 해외영화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가장 큰 동기라고 입을 모았다. 더욱이 인도 전역에서 멀티플렉스가 급증하는 현 상황에서 인도 영화계가 다양한 콘텐츠를 제때 제공하지 못한다면 잠식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흥행수입 200억원을 넘긴 발리우드 상업영화가 9편이었던 것과 비교해 올해는 현재까지 1편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여러 매체에서 언급되고 있다. 한편 행사 직후 인도 정부는 영화검열 관련법을 조만간 개정하겠다고 발표해 영화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관객에게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