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봤더라?’ 2007년, 13살 핀란드 소년 월테리 세레틴은 TV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북극으로 항해를 떠난 러시아 잠수함”에 관한 해외 뉴스를 본 소년은 갑자기 소장하고 있던 영화 <타이타닉>의 DVD를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누군가 어이없이 저지른 엄청난 실수를 알아차렸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가 다루었고, <로이터>를 통해 전세계에 타전된 뉴스 속 잠수함은 실은 <타이타닉> 도입부에 등장하는 가짜 잠수함이었다.
조지프 핼리넌의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문학동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다. 천재들만 모였다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발표에 대해 계산 오류를 감히 제기한 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코흘리개였다. 권위를 자랑하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27년 동안 전시 실수를 저질렀음을 한눈에 발견한 이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코찔찔이였다. “초보자는 알지만 전문가는 모르는” 거대한 실수들, 서투르기 때문에 발견하고 능숙하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하는 거대한 실수들. 첫 번째 에디토리얼을 쓰고 나서 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친절하게 괄호쳐서 써 넣어둔, 마지막 문장의 한자가 잘못되어 있다는 지적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그 친구는 제 이름 석자를 제외하면 쓸 줄 아는 한자가 그리 많지 않다. 그 친구 앞에서 한자 실력을 자랑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랬는데, 아뿔싸. 10년 넘게 일한 경험 많은 교열, 편집 기자가 몇번씩 확인했고, 혹시 오탈자가 있으면 어떡하나 싶어 최종 교정지까지 직접 확인했는데도, 실수는 색출되지 않고 기어코 살아남았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일수록 대충 훑어보는 경향이 있다.” “익숙한 일일수록 간과하기 쉽다.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고 ‘그러리라고 생각되는 부분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금도 커다란 교정지에 색연필로 큼지막하게 OK라고 쓰고 있다. OK라고 쓸수록 불안은 가중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가 글을 읽고 쓸 때만 튀어나오진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볼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능숙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가끔 서툴고 싶다. 아니, 서툴러야 한다. 그래야 바로잡을 수 있다.
☞ 앞으로 5주 동안 송경원 기자가 신두영 기자 대신 보라카이를 쓴다. 신두영 기자는 결혼식이라는 거사를 치르고 한국을 떠났다. 서툴기 때문에 송경원 기자의 보라카이를 기대한다. <씨네21>이 소셜펀딩 사업을 시작했다. 6월19일에는 펀딩21 홈페이지(www.funding21.com)도 연다. 서툴기 때문에 더 잘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