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시험서 위조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이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발끈하자 새누리당에서는 공공기관 비리 임직원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친다고 나섰다(이번에는 하루 만에. 대통령 말씀 떨어지고 법안 나오는 시간 재기 이거 은근 재미있다. 점점 짧아진다). 그동안은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옷만 벗고 퇴직금도 챙기는 편이었는데, 회사에 끼친 손실에 대해 기관장이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식으로 비리 임직원의 재산을 내놓게 하겠다는 것이다.
‘박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의원 학생들’ 모습은 그렇다쳐도(걸린 놈 패가망신시키는 데 지나치게 경쟁하다보니 다른 법과 충돌하기도 한다), 모든 걸 사후 징벌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위험하다. 위법 행위로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끼친 임직원에 대해서는 지금도 대표이사 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맥락은 다르지만 그동안 노조에(심지어 노조원 개인에게) 악랄하게 뒤집어씌웠던 각종 손배소들을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악용하려고 들면 한도 끝도 없다. 더 큰 비리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다. 비리 원전은 원폭이나 마찬가지다. 원전 마피아라 불릴 정도로 위험천만하게 고착된 비리 사슬을 버젓이 두고서, 그야말로 여기서 이러시면 안되는 거다.
거기서 그러시면 안되던 ‘사모님’이 형집행정지가 취소돼 감옥으로 되돌아갔다. 법이 아니라 여론의 힘이었다. 멀쩡한 여대생을 살인교사해 무기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지병을 핑계로 감옥에서 나와 호화병실 생활도 모자라 아예 제집을 드나들며 지내왔다.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은 그나마 병원은 안 벗어나고 있던데 말이다.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최소한의 신뢰’를 느낀다면 대통령이 부족하다고 한탄한 ‘사회적 자본’도 자동으로 확충된다. 지금 요란한 일벌백계 시늉보다 중요한 건 분명한 일벌일계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