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오른쪽)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찍은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주어진 촬영 시간은 고작 4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촬영한 뒤 오후 2시부터 편집에 들어가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다. 성훈과 영수가 유치장 안에서 시비가 붙는 드라마 장면을 최대한 빨리 찍고 나머지 시간을 남은 액션 신 촬영에 집중하는 게 이날의 작전이었다. 드라마 신 촬영은 일단 성공. 전날 장한승 무술감독의 조언 덕분에 액션 신 촬영에 요령이 생겼다. UFC 기술을 보여줘야 하는 장면은 풀숏으로 찍은 뒤 신체가 가격당하는 부분을 여러 각도에서 클로즈업숏으로 찍었다. 다행스럽게도 촬영에 리듬이 붙었고, 그러면서 배우들도 전날에 비해 몸놀림이 편해진 것 같다. 덕분에 목표했던 분량을 제시간에 가까스로 찍었고, 곧바로 현장 편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편집은 서툰 촬영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어떤 컷은 시선이 맞지 않아 아예 붙이기가 애매했고, 또 어떤 컷은 컷 지점이 애매해 동작이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많이 찍는다고 찍었는데, 막상 이 어 붙여보니 장한승 무술감독의 말처럼 시퀀스가 그리 길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권귀덕 무술감독이 “찍을 때 최대한 다양한 각도로 많이 찍어두는 것이 편집 때 유용하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넉넉지 않은 시간 때문에 둘쨋날 찍은 분량은 거의 편집하지 못한 채 영화의 처음과 마무리에 각각 들어갈 드라마 부분과 첫쨋날 찍은 액션 신을 연결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편집이 끝난 오후 5시. 이틀간 진행됐던 수업을 평가하는 시간이다. 비 내리는 옥상과 건물 밖에서, 어두컴컴한 건물 계단에서, 경찰서 세트장 안에서 땀 흘려가며 찍었던 작품 4편이 공개됐다. 음악과 사운드 작업까지 진행된 작품도 있었고, 컷 편집만 가까스로 완성된 작품도 있었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10명의 수업 참가자, 20여명의 서울액션스쿨 팀원과 함께 작품을 보면서 하나씩 평가했다. “드라마보다는 액션에 중점을 두고 연출한” 한지혜 감독의 1번 에피소드는 형사와 용의자가 경찰서 안에서 옥상으로 이동하면서 선보이는 액션 신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세심한 연출이 아쉬웠던 작품”이다. 김도경, 지용도, 윤은지 세 사람이 함께 연출한 2번은 1:5 대결을 다룬 에피소드로, 비를 맞으면서 찍은 까닭에 “액션팀의 고생이 가장 많았던 작품”이다. “한명이 다섯명을 상대할 때 지략과 전설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영화에서 잘 표현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게 정두홍 무술감독의 분석이다. 역시 조영준, 박가희, 김성우 세 사람이 연출한 3번은 국정원 요원과 북한 특수요원간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복도, 계단 등 좁은 공간에서 찍어 답답한 느낌이 있다. 차라리 좁은 공간에서 찍은 뒤 넓은 공간으로 나가거나 복도를 더 깊이감있게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평했다. 마지막으로 기자, 임성운, 임영수가 함께 연출한 4번은 “경찰서에서 UFC 시합을 한다는 설정을 상상으로 처리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작품”이다. 다만, “스포츠영화라고 해서 시합장면만 보여주기보다는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었더라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게 정두홍 무술감독의 평가였다. 참가자 모두가 같은 마음이겠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더라면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것 같다.
Tip4. 액션영화의 편집 노하우 “액션영화에서는 NG컷도 버리면 안된다. 편집할 때 다시 보면 OK컷보다 NG컷이 더 좋을 때가 있다. 그래서 액션영화의 모든 소스는 저장한 뒤 편집할 때 다시 확인해야 한다.” - 정두홍 무술감독.